<사설> 타산지석과 반면교사
글로벌 유통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신흥 강자로 주목받던 베트남과 전통적 유통 강국 대만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때 기회의 땅으로 불리며 국내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베트남 시장은 이제 규제의 서슬 아래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반면 유연한 정책을 고수해 온 대만은 사상 최대의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두 나라의 상반된 행보는 우리 다단계판매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뼈아픈 교훈을 던져준다.
베트남 시장의 위축은 단순히 경제 성장률의 둔화 때문이 아니다. 과거 발생한 대형 금융 사기 사건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휘두른 규제의 칼날이 합법적인 산업의 숨통까지 조인 결과다. 등록 업체 수가 67개에서 15개로 급감하고, 판매원 수가 13% 이상 줄어든 것은 가혹한 규제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다. 불법을 근절하겠다며 제도를 옥죄었지만, 정작 합법 기업의 활동을 질식시키며 수십만 명의 소득 기회를 앗아간 것은 한국 시장을 보는 듯 기시감이 든다.
특히 보증금을 현행보다 5배나 높은 500억 동(약 28억 원)으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은 신규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존 우량 기업들마저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처사다. 정부의 압박이 합법 업체에만 집중된 사이, 불법 업체들이 독버섯처럼 번지며 오히려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역설적 상황을 우리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과도한 규제가 결국 국민의 일자리와 생계 수단을 파괴하는 현장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 초래할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과 같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만은 제도의 유연성이 시장을 어떻게 키우는지 몸소 증명하고 있다. 대만은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이나 개별재화 가격 상한선 같은 인위적인 족쇄를 채우지 않았다. 그 결과 국민 6.5명 중 1명이 판매원으로 참여할 만큼 다단계판매는 대만의 상식적인 생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대만의 이러한 유연한 규제 환경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우리 내부의 낡은 규제를 철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만의 사례는 규제 완화가 곧 무질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 대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를 택해 산업 자체를 발전시켜 나갈 때가 됐다. 다단계판매산업을 무조건적인 의심과 통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편견에서 벗어나, 건전한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최대의 복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규제를 풀면 시장은 반드시 살아난다. 과거의 사례를 보더라도 시장이 살아나면 그 온기는 산업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실핏줄처럼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수백만 판매원이 전국 각지를 누비는 동안 이들이 이용하는 음식업과 숙박업소는 활기를 띠고 전세버스와 물류 산업에도 훈풍이 불게 된다. 제조업 역시 주문 증가와 생산 확대라는 직접적인 혜택을 입는다. 즉, 산업 하나를 옥죄는 규제는 단순히 한 업종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와 연계된 거대한 경제 생태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행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다. 합법적인 기업 활동까지 가로막는 과잉 규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베트남의 위축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고, 대만의 활황에서 명쾌한 해법을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유통 산업이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도 시급한 정책적 방향이다. 규제의 빗장을 열어젖힐 때, 비로소 직접판매산업은 연관 산업과 동반 성장하며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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