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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뱀’ 혈액에서 찾은 ‘꿈의 다이어트 약’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26 16:55:03
  • 수정 시간 : 2026-03-26 1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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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활>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전 세계 다이어트 시장은 현재 ‘위고비’, ‘오젬픽’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열풍에 휩싸여 있다. 초기 GLP-1 치료제의 기반이 된 미국 파충류 ‘길라 몬스터(독도마뱀)’의 독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이 계열의 약물들은, 위장의 배출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화려한 효과 이면에는 치명적인 그림자가 존재한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극심한 메스꺼움, 구토, 변비 등 위장관계 부작용을 견디지 못해 1년 안에 투약을 중단하기도 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근육 손실’이다. 체중이 줄어들 때 지방과 함께 근육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며, 약을 끊는 순간 기초대사량이 바닥을 쳐 무서운 속도로 요요현상이 찾아온다.

이러한 기존 다이어트 약의 한계를 완벽히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가 뜻밖에도 아프리카와 아시아 밀림에 사는 ‘비단뱀(Python)’의 혈액에서 발견되어 전 세계 의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비단뱀의 경이로운 생존 비밀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스탠퍼드대, 베일러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을 통해 버마비단뱀의 혈액에서 놀라운 식욕 억제 화합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체중과 맞먹는 먹이를 한 번에 삼키는 비단뱀은 식사 후 몇 시간 만에 심장 크기가 25% 커지고, 대사율이 무려 40배나 치솟는다. 이 거대한 소화 과정이 끝나면 비단뱀은 12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물만 먹고 굶으면서도 근육 손실 없이 완벽하게 대사 건강을 유지한다.

연구진은 비단뱀이 폭식 후 스스로 식욕을 차단하고 기나긴 단식에 들어가는 ‘스위치’가 혈액 속에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어린 비단뱀을 28일간 굶긴 뒤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이고, 식전과 식후의 혈액을 ‘비표적 대사체학(Untargeted metabolomics)’ 기술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식후 비단뱀의 혈액에서 208종의 대사 산물이 급증했으며, 그중 ‘파라-티라민-O-황산염(이하 pTOS)’이라는 분자가 무려 1,00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찾아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단백질 속에는 ‘티로신(Tyros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비단뱀이 먹이를 삼키면,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이 티로신을 분해해 ‘티라민’으로 만들고, 여기에 황산기가 결합하면서 최종적으로 pTOS가 탄생한다. 즉, 소화 기관의 미생물이 뇌로 보내는 일종의 ‘그만 먹어’라는 신호탄인 셈이다.

혈액을 타고 뇌로 올라간 pTOS는 뇌의 식욕 통제 센터인 ‘복내측 시상하부(VMH)’의 신경 세포를 정확히 활성화시켜 강력한 포만감을 유도한다.


위장 부작용 제로? 최고의 장점
연구팀이 이 비단뱀의 pTOS를 비만 생쥐에게 투여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쥐들의 먹이 섭취량이 급감하며 28일 후 체중이 9%나 빠졌다. 하지만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체중 감소 자체가 아니다.

위장 배출을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구역질 등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GLP-1 약물과 달리, pTOS는 뇌의 시상하부에 직접 작용하여 자연스럽게 식욕 자체를 없앤다. 생쥐 실험에서도 구토나 소화불량 같은 위장 장애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기존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인 근육 손실이나 기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에너지 소비량이나 장기의 크기 변화 없이 오직 섭식 행동만 조절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울러 pTOS는 실험실에서 억지로 합성해 낸 화학물질이 아니다. 인체에서도 식사 후에 소량 만들어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자연 대사물질’이다. 인간의 몸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이므로 향후 신약으로 개발되었을 때 독성이나 거부 반응 측면에서 매우 안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법의 알약은 아직 실험실
연구팀은 이미 이 물질을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을 위해 ‘아르카나 테라퓨틱스(Arkana Therapeutics)’라는 바이오기업을 설립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지친 현대인들이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사실도 뚜렷하다.

현재 눈부신 결과는 ‘동물 모델’에서 입증된 것이다. 인간의 뇌와 대사 체계는 훨씬 복잡하므로, 인체 대상의 엄격한 임상 시험을 거쳐 약국 진열대에 오르기까지는 수 년간의 시간 동안 임상을 거쳐 검증해야 한다. 또한 우리 몸의 대사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약물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위험하다.

어떤 훌륭한 신약이 나오더라도, 약물 투여를 중단했을 때 스스로 식욕을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과 기초대사량을 유지해 주는 꾸준한 운동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비단뱀이 수개월을 굶고도 근육과 건강을 유지하는 신비한 생물학적 기전은 단순히 ‘살 빼는 약’을 넘어, 노인성 근감소증 등 다양한 대사 질환을 치료할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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