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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을 지키는 자만이 끝까지 간다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6-03-26 16:55:32
  • 수정 시간 : 2026-03-26 17: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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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찾아서…>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도덕경』 제16장(第十六章)


致虛極 守靜篤(치허극 수정독)
빔에 이르기를 지극하게 하고, 고요함을 지키기를 돈독하게 하라. 

萬物並作 吾以觀復(만물병작 오이관복)
만물이 함께 자라나지만, 나는 그 돌아감을 본다.

夫物芸芸 各復歸其根(부물운운 각복귀기근)
모든 것은 무성하게 자라나지만 각각 그 뿌리로 돌아간다.

歸根曰靜 是謂復命(귀근왈정 시위복명)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고요함이라 하고, 이를 일러 제 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復命曰常 知常曰明(복명왈상 지상왈명)
제 명으로 돌아가는 것을 늘 그러함이라 하고, 늘 그러함을 아는 것을 밝음이라 한다. 

不知常 妄作凶(부지상 망작흉)
늘 그러함을 알지 못하면, 망령되이 흉을 짓는다. 

知常容 容乃公(지상용 용내공)
늘 그러함을 알면 포용하게 되고, 포용하면 공평해진다.

公乃王(공내왕) 
공평하면 왕도에 천하가 귀순하듯이 만물이 귀순한다.


王乃天 天乃道(왕내천 천내도)
만물이 귀순하면 하늘과 동행하는 것이요, 하늘과 동행하면 도에 들어맞는다. 

道乃久(도내구)
도에 들어맞으면 긴긴 시간을 견딘다. 

沒身不殆(몰신불태)
내 몸이 다할 때까지 위태롭지 않다.



최선을 다해 비우고, 빈자리의 고요함을 사수하라
현대의 리더십은 대부분 채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발언, 더 많은 개입, 더 많은 속도. 리더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노자는 반대로 말한다. 리더십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시작된다. 비운다는 것은 무능이 아니라 절제다. 

고요하다는 것은 소극성이 아니라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이다. 리더가 스스로를 비워내고 중심을 지킬 때 조직이 흘러가는 길을 관조할 수 있다. 흐름을 읽지 못하는 리더는 무너지게 돼 있다.  

노자는 세상을 ‘상승’이 아니라 ‘순환’으로 본다. 모든 것은 올라가지만, 결국 다시 내려온다.

모든 것은 시작되지만, 결국 돌아간다. 문제는 많은 리더가 이 단순한 사실을 잊는다는 점이다. 특히 오늘날의 정치와 경영에서는 상승만을 전제로 한 리더십이 지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정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극단적인 확신과 즉각적인 반응, 그리고 끊임없는 충돌 위에서 작동한다. 강한 메시지, 빠른 결정, 선명한 적대 구도. 이 모든 것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동원력을 만든다. 

그러나 노자의 기준에서 보면 이러한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라 군림이며 난동이기도 하다. 강대했던 미국이라는 나라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징후로도 읽힌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라
상(常)은 늘 그러함이라고 한다. 늘 그러하다는 것은 영원불변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춘하추동 계절이 오가듯이, 생로병사 생명이 오가듯이 끊임없이 변화가 늘 그렇게 지속된다는 말이다. 

강한 리더는 순간을 장악할 수 있지만 찰나의 영화에 그칠 뿐이다. 고요하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전략이다. 노자는 고요를 단순한 정적 상태로 보지 않는다. 고요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힘으로 정의한다. 

현대 조직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 고요다. 고요하다는 것은 한 걸음 물러서 문제의 실체를 관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각적인 대증요법으로는 외상은 치료할 수 있지만 속에 난 상처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끝내 곪아 터져 대형 사건으로 비화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킨다. 

그러나 고요 속에 머무는 리더는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며, 곧장 결론 내리지 않는다. 그는 시간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문제는 스스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계절에 맞는 옷을 입어라
포용한다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흑과 백, 충성과 배신, 찬성과 반대라는 공식에 갇히지 않는다. 포용하는 사람은 판단하지 않는다. 여지를 주고 여백을 준다. 반대로 확신에 찬 많은 리더들은 아군과 우군 속에서도 피아를 나눈다.  

트럼프식 리더십이 강력하면서도 불안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갈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지만, 그 갈등 자체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리더들이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은 과거의 성공 경험을 끝까지 붙잡는 것이다. 과거의 전략, 과거의 방식, 과거의 판단. 이것이 조직을 키웠기 때문에 이것이 계속 옳다고 믿는다. 봄날의 성공 방식을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고집하는 것이다. 늘 그러하다는 것은 늘 봄날이라는 뜻이 아니라 늘 그랬듯이 계절이 가고 또 오는 가운데 스스로를 그것에 맞춰 가는 일이다.  

겨울에 입어서 따뜻했다고 여름에 입었다가는 타인으로부터 손가락질당할 뿐만 아니라 본인도 괴로울 것은 뻔한 일이다. 

또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리더는 오래가지 못한다. 고요하지 않은 리더는 외부에서 자극받고 내부를 닦달한다. 사소한 칭찬에 들뜨고, 진심 어린 충고에 분노하며, 작은 실수에 과잉 반응한다. 그리고서 스스로 카리스마라고 자위한다. 본인은 가장 강한 리더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리석은 리더다. 

리더십의 본질은 강철을 휘는 강함도, 질주하는 속도도, 눈부신 화려함도 아니다. 지속성이다. 트럼프식 리더십은 강하고 빠르며 눈에 띈다. 그러나 일반인의 기준에서는 그 지속성에 의문을 갖는다. 

반대로 고요한 리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간다. 깊은 중심을 가진 리더, 노자가 말하는 리더는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중심에 서서 흐름을 유지하는 사람이다. 비우고, 멈추고, 지켜보는 사람. 그는 조용하지만 가장 강하다. 그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오래간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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