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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당신의 뇌와 심장을 노린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02 16:3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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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활>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단표 이면에는 우리의 건강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의 덫이 숨어 있다. 최근 의료계와 영양학계의 글로벌 트렌드는 단순히 ‘칼로리를 줄이는 것’에서 ‘얼마나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초가공식품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넘어 심혈관 질환, 뇌 기능 저하, 심지어 사망 위험과 직결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 위험 최대 67% 증가
초가공식품이 우리 몸에 미치는 가장 치명적인 타격 중 하나는 바로 심장과 혈관에 가해진다. 지난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JACC: Advances’에 게재된 미국심장학회(ACC)의 연구 결과가 충격적이다.

미국 성인 6,814명을 대상으로 장기간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 사건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최대 6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섭취 횟수가 한 번 늘어날 때마다 그 위험도는 약 5%씩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위험 기준점인 ‘하루 9회 섭취’가 일상에서 너무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의 1회 섭취량은 탄산음료 한 캔, 과자 한 봉지, 식빵 한 조각 수준으로 계산된다. 아침에 시리얼과 빵, 점심에 가공육이 포함된 간편식, 간식으로 과자와 음료를 먹는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9회를 훌쩍 넘기게 된다.

연구진은 총 섭취 열량이나 기존의 기저질환(당뇨, 고혈압 등)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이 같은 위험성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초가공식품의 해악이 단순히 ‘칼로리가 높아서’가 아니라, 과도한 당류와 나트륨, 각종 첨가물이 혼합된 가공 과정 그 자체가 체내 만성 염증과 대사 이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감정을 동반한 기억력 저하
초가공식품의 공격은 심혈관을 넘어 뇌까지 이어진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루스 바리엔토스(Ruth Barrientos)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25년 12월, 초가공식품이 뇌의 특정 영역, 특히 감정을 동반한 기억에 관여하는 ‘편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동물 실험 결과, 노령 쥐에게 고도로 정제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였더니 지방이나 당의 함량과 관계없이 단기간 내에 기억력이 크게 저하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원인은 ‘뇌세포의 질식’에 가까웠다. 정제된 음식을 섭취한 쥐의 편도체와 해마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산소 소비량이 감소했고, 뇌 면역을 담당하는 소교세포의 기능이 억제되며 대사 유연성이 떨어졌다.

핵심적인 문제는 식이섬유의 부재에 있었다. 자연 상태의 식재료가 수많은 가공을 거치며 식이섬유가 깎여나가면, 우리 장내 미생물은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의 항염 작용을 돕는 단쇄지방산인 ‘부티레이트(butyrate)’를 생성하지 못한다. 결국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은 장내 유익한 대사 산물을 고갈시켜 뇌의 염증을 유발하고, 노화 및 기억력 감퇴를 가속화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무너지는 체형과 피부 컨디션
외적인 건강 지표인 체형과 피부 역시 초가공식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생활 변화에 따른 초가공식품 섭취 증가를 글로벌 비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37.2%에 달한다. 국민보건연구원의 분석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 상위 집단은 하위 집단 대비 지방간 위험이 1.75배,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2.44배 높았으며, 중등도 이상 지방간 위험은 무려 4.19배까지 치솟았다. 한국인의 하루 총 섭취 열량 중 초가공식품 비중이 이미 25%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뼈아픈 수치다.

이러한 식단은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에도 치명적이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가 듬뿍 들어간 가공식품은 섭취 직후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리는데(혈당 스파이크), 이는 인슐린 분비 교란과 피지 분비 촉진, 염증 반응으로 이어진다. 미국피부과학회(AAD)가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 개선을 위해 ‘저혈당지수 식단’을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비싼 화장품과 재생 시술을 받더라도, 매일 먹는 식단이 초가공식품으로 채워져 있다면 피부의 근본적인 탄력 저하와 노화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점진적인 노력으로 섭취량 줄여야
그렇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 달콤한 덫을 피할 수 있을까? 

보통 원재료명에 발음하기 어렵고 생소한 화학 첨가물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면 장바구니에서 과감히 빼는 것이 좋다. 또한 전자레인지용 가공육 반찬 대신 두부나 신선한 살코기를 섭취하는 것이 좋고, 액상과당이 든 탄산음료 대신 탄산수나 무가당 차를 선택해야 한다. 또한 통곡물,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등 최소한의 가공만 거친 ‘진짜 음식’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가공식품을 끊어내는 극단적인 방식보다는, 가공 단계를 한 단계씩 낮추는(Step-down) 점진적인 전략을 추천한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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