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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자주포는 믿고 쓴다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02 16: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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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Defense Industry 1 – K9 자주포

▷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21세기, 인류는 첨단 정보전과 사이버전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이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중동의 분쟁은 세계의 군사 전문가들에게 충격적인 교훈을 안겨주었다. 바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궁극적인 요소는 여전히 막강한 화력과 이를 쏟아낼 수 있는 ‘재래식 포병 전력’이라는 사실이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날아다니고 첨단 미사일이 교차하지만, 지상군이 전선을 돌파하고 방어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포병의 화력 지원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때, 전 세계의 시선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의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북한이라는 호전적인 집단과 70년 넘게 대치하며 단 한번도 전면전에 대한 대비를 멈춘 적이 없는 나라. 막강한 포병 화력을 군의 핵심 교리로 삼고, 이를 뒷받침할 거대한 방위산업 인프라를 유지해 온 대한민국은 단숨에 자유주의 진영의 ‘무기고’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찬란한 K-방산에는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석권한 명품 무기, ‘K9 썬더(Thunder)’ 자주포가 자리 잡고 있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낳은 걸작
K9 자주포는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기가 아니다. 그 탄생의 이면에는 수적 우위를 자랑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맞서야 한다는 대한민국의 절박한 안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1980년대까지 한국군은 견인포와 미국 기술을 도입해 면허 생산한 K55 자주포를 주력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북한이 서울을 사정권에 두는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를 전방에 대거 배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기존의 대포로는 사거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었고, 적이 쏘면 곧바로 반격할 수 있는 ‘생존성’과 ‘기동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항공(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은 1989년, ‘세계 최고 수준의 국산 자주포를 독자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K9 개발에 착수했다. 목표는 뚜렷했다. 적보다 멀리 쏘고(사거리 연장), 빠르고 정확하게 맞춘 뒤(발사 속도 및 자동화), 적의 보복 사격이 날아오기 전에 즉시 회피하는(기동력) 무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기존 39구경장보다 훨씬 긴 52구경장의 포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제품 테스트 중 화재가 발생해 귀중한 연구원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엔지니어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10년의 피나는 노력 끝에 1999년, 마침내 K9 자주포를 우리 군에 실전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못 만들던 나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중무기를 독자 개발하는 국가로 도약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K9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세 가지 기술적 특징
K9 자주포가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이유는 카탈로그 상의 스펙과 실제 전장에서의 신뢰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K9의 핵심 기능은 크게 ‘화력’, ‘기동성’, ‘생존성’ 세 가지로 요약된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K9은 155mm 52구경장의 장포신을 채택하여 일반탄은 30km,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40km 밖의 적을 타격할 수 있다. 신형 사거리 연장 탄약 적용 시 사거리는 약 60km까지 늘어난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사격 통제 장치의 자동화다. 정지 상태에서는 30초, 기동 중에도 1분 이내에 초탄을 발사할 수 있다.

▷ 3발이 동시에 떨어지는 ‘TOT’ 기능(사진: 제미나이)


특히 ‘TOT(Time on Target, 동시탄착사격)’ 기능도 매우 위협적이다. 한 대의 자주포가 포신 각도를 조절하며 연속으로 3발을 쏘면, 이 3발이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적진에 ‘동시에’ 떨어진다. 1대의 자주포가 3대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탁월한 기동성도 한몫한다. 현대 포병전에서 대포병 레이더는 적이 포를 쏘는 순간 그 위치를 계산해 반격한다. 따라서 쏘고 나서 2~3분 안에 자리를 피하지 못하면 적의 포탄을 맞게 된다. K9은 1,000마력의 강력한 디젤 엔진과 유기압 현수장치를 탑재해, 거친 산악 지형에서도 전차에 버금가는 시속 67km로 달릴 수 있다. 목표물을 타격한 K9은 적이 반격하기 전에 이미 새로운 진지로 이동해 또 다른 포격을 준비한다.

아울러 K9은 K10 탄약보급장갑차를 통해 자동으로 탄약 보급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고폭탄 무게가 약 40kg을 훌쩍 넘는데, 이것을 장병들이 직접 나르면 시간과 체력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K10 탄약보급장갑차를 이용해 운용 효율을 극대화시켰고 폴란드는 물론 노르웨이, 호주 등 여러 국가가 K9과 함께 K10을 패키지로 도입하며 그 진가를 인정했다.


왜 세계는 K9에 열광하는가
현재 K9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훌쩍 넘기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등 사실상 전 세계 대륙을 제패했다.

수출의 포문은 2001년 튀르키예가 열었다. 이후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그리고 최근의 루마니아까지 10여 개국이 K9을 선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자국의 차세대 자주포 ‘크랍(Krab)’을 개발하다 차체 결함으로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K9의 차체를 수입해 결합함으로써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폴란드는 K9 자주포 수백 대를 아예 통째로 직수입하며 K-방산의 가장 큰 고객이 되었다.

세계가 K9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성비와 신뢰성이다. 독일의 PzH2000은 K9과 비슷한 성능을 지녔지만 가격이 2배 이상 비싸고 잔고장이 많다. 반면 K9은 한국군에서만 1,000대 이상 운용되며 혹독한 환경에서 철저히 검증되었다. 

또 압도적인 생산 능력은 가히 세계를 놀라게 한다. 유럽의 방산업체들이 1년에 자주포를 몇 대 생산하지 못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장을 풀가동해 단 몇 개월 만에 폴란드에 초도 물량을 납품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안보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에게 당장 내일 쓸 수 있는 무기를 쥐여주는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막강한 화력으로 한반도의 지상을 방어하는 핵심 전력이 K9 자주포라면, 끝없이 펼쳐진 해상 최전선에는 바다를 지배하는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은 수백 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 능력을 갖췄다. 여러 다국적 연합 훈련에서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해군의 압도적인 위상을 국제 사회에 각인시킨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다음 기획에서는 한반도의 바다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첨단 해상 전력의 상징, 세종대왕함의 경이로운 제원과 그간의 빛나는 성과들을 낱낱이 파헤쳐 볼 예정이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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