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자리 넘보는 ‘K-약국’
약 대신 화장품 쓸어 담는 외국인들
Weekly 유통 경제

최근 서울 명동과 홍대 등 주요 관광지 약국에서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과거 처방전을 들고 약을 기다리던 환자들의 자리를 쇼핑 바구니를 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이들이 쓸어 담는 것은 감기약이나 소화제가 아니다. 노스카나, 애크논, 멜라토닝, D-판테놀 등 피부 장벽 개선제와 재생 크림, 항산화 앰플 같은 고기능성 화장품들이다. 바야흐로 약국이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을 넘어 뷰티 쇼핑의 핵심 채널로 탈바꿈한 것이다.
약국 내부의 모습도 대형 뷰티 매장을 방불케 한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개방형 진열을 채택했고, 매대에는 ‘약사 추천’ 팻말과 함께 마스크팩, 세럼, 피부 고민별 화장품이 한데 섞여 있다. 외국인 손님을 위한 다국어 안내 표지는 물론, 세금 환급과 짐 보관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쇼핑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다이소처럼 매장에 오래 머물도록 동선을 짜기도 한다. 이미 명동 일대는 메가약국, 베리뉴약국, 피치유약국 등 뷰티 편집숍 형태의 약국들이 자리 잡으며 ‘약국 쇼핑의 성지’가 됐다. 특히 레디영약국은 명동역 주변에만 대형 매장 두 곳을 열었고 마포, 서초, 성동을 넘어 최근에는 부산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약국의 인기 현상은 뚜렷한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 의료 관광에 쓰는 돈은 2020년 563억 원에서 2025년 5,618억 원으로 약 10배나 치솟았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이 돈이 쓰이는 곳이다. 외국인 의료 관광 지출액 중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8.24%에서 2025년 59.11%로 급증해, 피부과(22.07%)마저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피부과 시술보다 약국 쇼핑에 지갑을 활짝 열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한국 약국에 열광하는 이유는 국가 간 규제 차이에서 오는 ‘성분 경쟁력’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일반 약이나 화장품으로 비교적 쉽게 살 수 있는 고함량 기능성 성분들이, 해외에서는 의사의 처방전이 꼭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약국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다. 법적 가격 제한이 엄격해 이윤이 적은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은 수익성이 좋고 물건도 빨리 팔려나간다. 약국들이 매대를 기능성 화장품 중심으로 바꾸고 자체 브랜드나 병원 연계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들여놓으며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선 이유다. 화장품 브랜드들 역시 약국 진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증명하는 ‘전문성 신호’가 되기 때문에 입점을 반기는 분위기다.
사실 약국과 화장품이 한 공간에 있는 모습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CVS나 월그린즈(Walgreens), 영국의 부츠(Boots)처럼 해외에서는 이미 화장품과 건강식품을 함께 파는 복합 매장 형태가 흔하다. 우리나라 역시 1999년 CJ올리브영이 약국과 생활용품을 결합한 한국형 드럭스토어로 처음 출발했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올리브영이 트렌디한 화장품 중심의 뷰티 매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약국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이후 2011년 닥터지(Dr.G)를 시작으로 차앤박(CNP) 등 약국 화장품들이 대중화되면서,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약국 기반의 뷰티 유통’이라는 원래의 모델이 새롭게 부상하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약국의 이런 변신이 현재 뷰티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올리브영을 완전히 대체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올리브영이 가진 전국적인 매장 연결망과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경쟁력, 뛰어난 상품 기획력을 따라잡기에는 약국마다 점포 편차가 크고 브랜딩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국만이 가진 ‘의약 전문성’은 강력한 무기다. 화장품 성분을 깐깐하게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전문가인 약사의 상담을 받으며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점은 기존 화장품 매장과 구별되는 확실한 강점이 될 수 있다.
AI 여파에 닭값 폭등…가격도 못 올리고 속 타는 치킨업계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치킨을 만들어 파는 프랜차이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매년 겨울철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 유독 기승을 부리면서 핵심 재료인 닭고기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환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닭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사료 가격마저 껑충 뛰었다. 이처럼 치킨을 만드는 원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 때문에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차마 치킨값을 올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AI로 인한 피해 규모는 숫자로 보면 더욱 뼈아프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겨울 동안 살처분된 육용 종계(닭고기용 병아리를 낳는 부모 닭)는 무려 44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12만 마리를 기록했던 1년 전과 대비하면 무려 3.5배나 폭증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에 있던 육용 종계 전체 마릿수가 약 820만 마리였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5%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병아리를 낳을 닭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우리가 먹는 닭고기의 공급도 턱없이 부족해졌다.
시장에 물건이 귀해지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축산물 가격을 알려주는 정보망인 다봄의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사는 닭고기 소매가격은 1kg당 6,534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23년 6월 당시 평균 가격이었던 6,429원을 넘어선 것으로, 무려 2년 9개월 만에 가장 비싼 가격표를 달게 된 것이다. 주간 평균 가격 역시 6,612원을 기록하며 불과 일주일 전보다 5%가량 올랐다. 도매가격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의 평균 도매가는 1kg당 4,240원으로, 지난달 3,846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10.2%나 훌쩍 뛰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국내산 닭을 주로 고집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순살 치킨 같은 특정 메뉴에 한해 수입산 닭고기를 섞어 쓰며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뼈 있는 치킨은 대부분 국내산 생닭을 사용해야 제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뉴 구분 없이 모든 치킨에 100% 국내산 닭고기만 사용하는 BHC, 굽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같은 유명 브랜드들은 원가 상승의 타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종량제 봉투 ‘사재기’에 포장·농자재 값도 훌쩍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서민 경제와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생필품인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품절 우려에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며 구매 제한 조치까지 내려졌고, 외식업계와 일선 농가 역시 포장재 및 필수 자재 단가 급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22~29일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급증했으며, 롯데마트 역시 140% 늘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22~26일 판매량이 무려 325%나 폭증하며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지퍼백과 비닐백 등의 수요도 덩달아 뛰었다. 이에 이마트 80여 개, 롯데마트 10여 개 점포를 비롯해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점포 수급 상황에 따라 1인당 구매 수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나섰다.
외식업계는 배달 및 포장 용기 원가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플라스틱과 비닐 포장재의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 제품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관련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8~15%(일부 최대 30%) 인상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제너시스BBQ, 이디야커피 등 대형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자들도 박스당 만 원 이상 훌쩍 뛴 포장 용기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소비자에게 한시적으로 500원가량의 포장비를 청구해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농업 분야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가 43.7%에 달하는 비료용 요소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체 수입선인 동남아산 요소 가격마저 톤당 750달러로 전쟁 이전 대비 1.5배나 뛰었다. 정부는 오는 6~7월까지 사용할 요소 및 사료 물량은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국제 가격 상승 여파로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잇따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밭농사에 쓰이는 멀칭 비닐과 농기계용 면세유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농민 단체들은 중동 전쟁 파장에 대응할 추가경정예산 등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 위기에 금값 추락하고 ‘킹달러’ 웃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중동 지역에서 터진 전쟁의 여파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보통 전쟁이나 큰 지정학적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금을 사 모으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기 상황에서는 무조건 금값이 오른다’는 것이 오랫동안 금융시장에서 진리처럼 통하던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이 금을 외면하고 오히려 달러를 향해 몰려가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흐름이 엇갈리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지표를 살펴보면 금의 추락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1일부터 27일까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의 수익률은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금을 캐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상품은 무려 21.05%나 폭락하며 가장 뼈아픈 타격을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TIGER 금은선물(H)’은 마이너스 15.36%를 기록했고,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역시 각각 14.48%, 14.31%씩 미끄러지며 줄줄이 두 자릿수의 참담한 하락률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파생상품들의 줄하락은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물 금 가격이 폭락한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국제 시장에서 금 가격은 온스당 5,311.6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이 순식간에 4,508.6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가격이 15%가량 증발해 버린 셈이다. 위기 상황에 가장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라 믿었던 금의 가치가 오히려 크게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충격도 커지고 있다.
금이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달러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정반대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금 관련 상품들이 두 자릿수 하락을 겪던 같은 기간 동안,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들은 오히려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KIWOOM 미국달러선물’은 5.28% 뛰어올랐고, ‘KODEX 미국달러선물’ 역시 5.05% 오르는 등 5%대의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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