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에서 ‘대사체’까지 ‘프로바이오틱스’의 진화
다시 뜨는 기능성 원료 ② - 프로바이오틱스

한때 시장이 포화됐다는 평가를 받던 프로바이오틱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동일한 범주로 묶였던 유산균 제품들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기술 단계의 소재로 구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출발점은 발효 식품에 대한 경험적 섭취였다. 이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인물은 러시아 생물학자 일리야 메치니코프다. 그는 유산균 섭취가 장수에 기여한다는 ‘유산균 장수설’을 제시하며 과학적 기반을 마련했다.
초기 1~2세대 프로바이오틱스는 락토바실러스 등 유익균을 분리·배양해 섭취하는 단순 구조였다. ‘어떤 유익균을 먹느냐’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하지만 3~4세대로 넘어오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 장내 정착률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코팅 기술이 도입됐고, 동시에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결합한 신바이오틱스 개념이 등장했다. 이는 단순 섭취에서 장내 미생물 환경을 설계한다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현재 주목받는 5세대는 포스트바이오틱스다. 이는 살아 있는 균(생균)에 국한하지 않고, 유익균이 생성한 대사산물이나 사균체까지 기능성 범주에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존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에서 증식하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면,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비교적 즉각적인 생리활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장뇌축’,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핵심 변화는 ‘균주’에서 ‘생태계’로의 전환이다. 개별 균주의 기능성을 강조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장내 미생물 군집 전체의 균형과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연구의 방향이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대사체(metabolite)’ 연구다.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다양한 대사물질이 면역, 염증, 신경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는 단순한 장 건강 소재를 넘어 질병 관리 및 치료 보조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장뇌축(Gut–Brain Axis)’은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산업 전반의 확장을 촉발한 핵심 이론 중 하나다.
장뇌축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 프로바이오틱스의 핵심 기능성은 정장 작용, 배변 개선 등 소화기 중심이었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이 세로토닌, GABA 등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관여한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기능성 범주가 다른 소재보다 훨씬 크게 확장됐다. 스트레스 완화, 수면 개선, 인지 기능 등으로 영역을 넓혀 ‘정신 건강 프로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시킨 것이다.
시장 확장의 기폭제 ‘마이크로바이옴’
과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균주 수와 CFU(균수) 중심의 경쟁 구조였다. ‘몇 종의 유산균이 들어 있는가’ 또는 ‘얼마나 많은 균을 보장하는가’가 제품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다. 그러나 장뇌축 연구가 축적되면서 이러한 기준은 점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제품 개발의 기준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균을 많이 담는 것이 아니고 특정 기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핵심이 됐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완화나 수면 개선을 목표로 할 경우에는 해당 기능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균주를 선별하고, 염증 조절이나 면역-신경 상호작용까지 고려한 설계가 이뤄진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발전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별 장내 미생물 구성 차이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기능성을 설계하는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솔루션’으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에 네트워크 마케팅업계도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인큐텐은 단쇄지방산을 부원료로 담은 ‘엑스 포뮬라(X-Formula)’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아연과 셀렌을 주원료로 하여 식약처 인증 이중 기능성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으며(면역 기능·항산화 기능), 여기에 자체 개발한 ‘단쇄지방산Q 복합물’을 부원료로 담았다.
단쇄지방산은 ▲염증 반응 조절 ▲면역 균형 유지 ▲신경전달물질 합성과 연관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GLP-1, PYY 같은 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대사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목된다. 아직 식약처 개별인정형 원료로 등록되지 않았지만, 학문적 가능성과 산업적 응용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건강기능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쇄지방산은 결국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와 헬스케어산업 전반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퍼스트코리아가 지난 2월 출시한 ‘하이드로핏 멀티비타민’은 업계 최초로 5.0세대 마이크로바이옴과 스마트 전해질 시스템을 적용했다. 5.0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메타바이오틱스를 아우르는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장내 환경과 영양 밸런스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 방식으로, 기존 단일 개념 중심의 설계에서 확장된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리만코리아가 지난해 선보인 ‘자이언트 병풀 유래 유산균’은 헤리티지 원료와 차별화된 균주라는 이중 스토리텔링을 앞세워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 유산균은 단순히 흔한 발효 식품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자사 독점 원료인 ‘자이언트 병풀™’이라는 헤리티지 원료에서 독창적 균주를 찾아냈다는 점이 강력한 차별점이다. 이 균주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 학술적으로도 인정받았으며, 글로벌 표준 균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성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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