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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속의 빈곤, 다단계 채용시장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10 09: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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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늘어도 인력 미스매치…기업은 실무, 구직자는 관리직 선호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최근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채용 공고와 구직 수요 간 괴리가 심화되면서 ‘구인난’이 아닌 ‘구인구직 미스매치’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고객 응대(CS)와 영업 지원 등 실무 중심 인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지만, 실제 지원자 풀은 마케팅·재무 등 관리직 중심의 경력자들로 채워지면서 채용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닌 산업 구조와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운영 효율성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무자는 없고 관리자만 넘친다… 채용 시장의 역설
다단계판매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최근 채용 공고를 낼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은 ‘지원자는 많지만 적합한 인재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CS, 고객관리, 영업 지원, 물류 등 실무 중심 직무의 경우 지원자 자체가 부족하거나, 지원하더라도 기대 수준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반면 구직 시장에서는 마케팅, 전략기획, 재무 등 이른바 ‘관리직’ 포지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로 인해 경력직 구직자들은 부장급 또는 팀장급 직무를 중심으로 지원하지만, 기업은 해당 직급을 추가 채용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한 수급 문제를 넘어 채용 구조 자체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채용 공고는 실무 중심인데 지원서는 관리자급으로 몰린다”며 “결국 채용을 포기하거나 내부 인력으로 버티는 상황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구직자들이 이전 직장에서의 직급과 연봉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는 말도 나온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saramin)’에 올라온 채용 정보에 따르면 리만코리아 19건, 피엠인터내셔널코리아 6건 등 기업에서 여러 분야의 인재상을 찾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리에서 과장급 정도의 인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만코리아 관계자는 “해외 지사가 늘어나면서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며 “리만코리아 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어느 정도 조직문화 경험과 실무 경험이 있는 대리에서 차장급 직원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 인식
·경력 구조가 만든 비대칭
이 같은 미스매치의 배경에는 다단계판매업계 특유의 산업 구조와 인식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다단계판매업은 일반 유통기업 대비 조직 규모가 크지 않고, 본사 역시 최소 인력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신규 채용 수요는 실무 인력 중심으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업계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일반 대기업과 유사한 직무 구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케팅이나 재무 분야에서 일정 경력을 쌓은 인력은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거나 상승시키기 위해 관리자급 직무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업계 내부에서의 경력 이동이 제한적인 점도 영향을 미친다. 다단계판매업계는 타 산업 대비 인력 이동성이 낮고, 특정 직무 경험이 타 업종에서 충분히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경력직 인력들이 ‘직급 유지’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결과적으로 실무직 지원은 더욱 기피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직급뿐만 아니라 직무별 불균형도 뚜렷하다. 업계에서 영업과 CS 부문은 상시적인 인력 부족 상태다. 직접적인 매출과 고객 대응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이기 때문이다. 반면 마케팅, 교육, 이벤트 부문은 상황이 정반대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콘텐츠 기획,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직무지만 실제 채용 규모는 제한적이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구직난이 발생하고 있다. 


해법은 ‘직무 재정의’와 ‘인식 개선’
물론 기업의 ‘구인난’과 실업자들의 ‘구직난’은 다단계판매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기업은 단순히 인력을 채용하는 수준을 넘어 직무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고, 성장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CS나 영업 지원 직무 역시 단순 업무가 아닌 데이터 기반 고객 관리, CRM 전략 수립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실무 직무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지원자 풀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직자 측에서도 산업 특성과 조직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다단계판매업계는 성과 기반 보상 구조와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만큼, 초기에는 실무직으로 입사하더라도 단기간 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교육 및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업계 맞춤형 직무 교육을 통해 타 산업 인력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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