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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다!

  • 권영오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10 09: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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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에 대하여…>

▷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도덕경』 제17장(第十七章)


太上 下知有之(태상하지유지)
가장 훌륭한 통치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만 겨우 알 뿐이다.

其次 親而譽之
(기차친이예지)
그 다음은 가까이하며 칭송받는 리더다.

其次 畏之
(기차외지)
그 다음은 두려움을 주는 리더다.

其次 侮之
(기차모지)
그 다음은 업신여김을 받는 리더다.


信不足 焉有不信(신부족언유불신)
신뢰가 부족하면 신뢰받지 못하게 된다.


悠兮其貴言(유혜기귀언)
말을 아끼고 신중히 하며,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공성사수백성개위아자연)
일이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저절로 된 일이다”라고 말한다.


드러내지 않는 리더가 가장 강하다
현대의 리더십은 종종 화려한 쇼와 같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중을 휘어잡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CEO들이 성공의 아이콘으로 추앙받는다. 

하지만 노자는 진정으로 위대한 리더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자가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자는 리더십의 수준을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오늘날 마케팅 현장과 기업 경영 전반에 적용되는 매우 정교한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리더는 자신이 드러나야 한다고 믿는다. 존재를 증명해야 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성과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단계판매의 경우 ‘보여주는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더 화려하게, 더 빛나 보이려 애쓴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더는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개입하며, 더 많이 자신을 드러낸다.

그러나 노자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최고의 리더는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 말은 무책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 잘 돌아가지 않을 때 리더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도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인 네덜란드나 룩셈부르크 등 유럽 각국의 리더들은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매스컴에 나오지 않아도 이미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앞에 서지 않아도 조직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 그것이 노자가 말하는 최고의 리더십이다.


당신의 조직은 어디에 있는가?
칭찬받는 리더는 아직 미완성이다. 우리는 흔히 칭찬받는 리더를 이상적인 리더로 여긴다. 직원들이 따르고, 조직이 결속되고, 성과가 인정되는 리더.

그러나 노자는 그것을 두 번째 단계로 본다. 칭찬받는 리더는 여전히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즉, 조직이 리더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구성원들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리더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하면서 종교화되거나 장기적으로 독재로 갈 가능성이 있다. 

리더가 사라지는 순간 조직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많은 조직은 리더가 사라지면서 조직원들도 오합지졸로 뿔뿔이 흩어지는 사례가 많다. 리더에 목매지 않아도 저절로 굴러가는 조직이 진짜 조직이다. 

진짜 리더십은 의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율을 만드는 데 있다. 리더가 없어도 조직이 완벽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리더의 개인기가 아닌 조직의 시스템을 통해 승리하는 것이다. 

능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 리더들은 자주 공포 정치에 경도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연말까지 우리가 경험한 윤석열의 리더십이 그것이다. 지금의 트럼프 또한 폭력과 공포를 동원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자질을 온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권위와 처벌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단기적인 성과는 낼 수 있으나 구성원들을 수동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리더 앞에서는 복종하는 척해도 뒤에서는 생각마저 멈춘다. 지속가능성이 가장 낮은 리더십이다. 

그 다음은 경멸받는 리더십이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사욕을 앞세우는 최악의 단계다. 시기적으로 저 멀리는 이명박, 가까이는 윤석열이 있다. 트럼프 또한 빠지지 않는다. 조직원들은 리더를 조롱하며, 조직은 내부로부터 붕괴하기 시작한다. 


신뢰가 없으면 따름도 없다
노자는 리더십의 본질을 신뢰(信)에서 찾는다. 신(信)이란 사람의 말이라는 뜻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리더는 그 누구의 앞에도 설 수가 없다. 리더의 말에 믿음이 없으면 조직원들의 말에도 믿음이 사라진다. 리더가 구성원을 믿지 못하면, 구성원 또한 리더를 믿지 않는다. 리더가 구성원의 역량을 신뢰하지 못해 사사건건 간섭할 때 조직의 창의성은 죽고 불신만 쌓이게 된다. 

또한 훌륭한 리더는 말을 아낀다. 명령과 지시가 많을수록 구성원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춘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천금과 같은 무게를 가질 때, 조직은 비로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법이다. 공을 세우고 일을 완수해도,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그렇게 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내 조직’ ‘내 매출’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면 아예 리더의 자질이 없는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다. 

17장은 리더십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보여준다. 큰 성과를 거둔 후에 공을 돌릴 줄 알아야 진정한 리더다. 실무자로 하여금 ‘내 아이디어가 조직을 바꿨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할 때, 그들은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낸다. 


무대 뒤의 연출가가 되어라
리더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가 아니라 무대 환경을 조성하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책무다. 리더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조직은 리더의 퇴장과 함께 무너진다. 리더 없이도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스템과 자율적인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노자가 말하는 ‘태상’으로 가는 길이다. 

『도덕경』 속 최고의 리더십은 ‘나’라는 에고(Ego)를 지우는 과정이다. 리더가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심을 버릴 때, 조직원들은 비로소 주인공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짜 리더는 성과의 주인이 아니라 성과의 조건을 만드는 사람이다. 오늘날 많은 리더가 성과를 자신의 이름으로 귀속시키려 한다. 브랜딩, 이미지, 영향력. 이 모든 것은 리더를 중심에 세운다. 

그러나 중심이 된 리더는 조직을 약하게 만든다. 조직이 리더를 바라보는 순간 자율은 사라지고 의존이 생긴다. 노자는 이를 경계한다. 리더는 중심이 아니라 흐름이어야 한다. 

이 장은 리더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우리는 늘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내가 했다고 말하고 싶고, 내가 더 잘났음을 증명하고 싶고, 앞에 서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진짜 힘은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말하지 않아도 인정받고, 앞에 서지 않아도 영향력을 갖고, 보이지 않아도 결과를 만드는 것. 이것이 내공이며 실력이다.

 

권영오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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