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는 재화인가?
방문판매법 개정을 기원하며
특별기고 - 위법률사무소 이수원 변호사

2009년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7년이 흘렀지만 국내에서는 2021년 9월에서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하여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하도록 하고, 무신고 영업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도입한 것이 최초의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 비트코인과 여러 알트코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단계 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가상화폐 다단계(투자)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하였고,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투자로 인한 손해는 물론이거니와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나 실제 구금되는 일이 발생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금법 제정으로 드러난 코인 다단계의 실체
비트코인이 폰지 사기라는 정부 입장과 이에 반대되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비트코인에 대한 단속이 계속됨에도 국내 거래소 회원은 점차 늘어나 1,0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결국 단속과 규제에만 급급하던 정부는 논의를 거쳐 2020년 3월 24일 특금법을 제정하였고, 2021년 3월 25일 발효를 앞둔 시점에 준비 부족을 이유로 2021년 9월 25일로 6개월 연장되었는데, 특금법 발효를 앞두고 가상화폐 다단계 사건은 더더욱 기승을 부리는 역효과를 불렀으며, 2조 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피해를 야기한 브이글로벌 다단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기소된 KOK 사건이나 시더스 사건 역시 특금법의 제정 전후 국내 코인 다단계판매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현행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의 주요 골자는 비트코인이 등장한 2009년 이전에 제정된 후 일부 개정을 거쳤으나, 가상자산의 등장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탄생한 것이다. 가상자산이 방문판매법이 규율하는 ‘재화 또는 용역(이하 재화 등)’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률상 쟁점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상품’으로 정리되는데…한국은 엇갈린 판결
비트클럽네트워크, 비트게임프로, 비트커넥트와 같은 미국계 다단계 코인회사와 관련한 형사재판에서는 비트코인, BGC코인, BCC코인을 상품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재화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하거나 재화 등의 거래없이 금전거래만을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1번 사업자를 비롯한 모든 모집책들에 대하여 방문판매법 위반의 점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비트클럽네트워크, 비트게임프로 사건 제1심에서는 가상화폐는 재화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재화 등의 거래를 가장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무죄를 선고한 점이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가상화폐 다단계 사건에서는 가상화폐를 내세운 것은 형식적인 부분에 불과하고 사실상 금전거래로 볼 수 있다고 하여 집행유예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구속된 모집책들이 다수 있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가상화폐는 재화인가?(가상화폐를 용역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리플을 상대로 미등록 증권발행 혐의로 기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 SEC는 리플 외에 다수의 알트코인 발행사들을 미등록 증권발행혐의로,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거래소,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거래소 등을 미등록 증권판매 혐의로 기소하고,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자오는 4개월의 구금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상품이라는 공식이 보편적인 틀 안에 포섭되면서 증권거래위원회가 아닌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서 관장하기로 논의가 완료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 등장한 지 17년, 규제는 제자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특금법 하나만으로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는 가상화폐 다단계 사건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던 방문판매법 제24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한 채 특금법에 의해 다단계판매업자인 회사 대표만을 기소한 사례가 있다.
가상화폐는 현행 방문판매법이 제정된 이후에 비로소 등장한 새로운 자산 형태로 우리 대법원에서도 가상화폐의 특수성을 인정해 착오로 입금된 비트코인을 소비한 행위에 대하여 횡령죄나 배임죄를 유추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2021년에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과 특금법의 발효 이후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2024년 2월 27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가상자산을 출자의 목적물로 하는 경우를 유사수신행위로 포섭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를 직접 수신하지 않은 채 알선 내지 중개만을 하는 소위 중간 모집책들의 행위를 수신행위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필자는 서울고등법원에 가상자산이 과연 방문판매법이 규율하는 재화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다단계 모집책의 행위는 다단계판매업자의 행위로 포섭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태어난 지 17년, 그로 인한 국민적 폐해가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피해를 예방하면서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방문판매법과 유사수신행위법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여당이 다수당인 국회에서 얼마나 빨리 국민의 요구에 응답할지 지켜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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