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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잃은 법원…코인 다단계 복불복 판결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16 15:29:37
  • 수정 시간 : 2026-05-13 1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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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법적 정의 부재가 키운 사법 혼란

가상자산을 앞세운 금융 피라미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법부의 잣대가 제각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코인 다단계 모집책들에게 관행적으로 적용해온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이 법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어 법 개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널뛰는 판결
, 현장의 혼란
코인 다단계에 대한 수사와 재판 결과는 그야말로 복불복 수준이다. 똑같은 코인 다단계 범죄지만, 재판부에 따라 사기 및 유사수신, 방문판매법 위반 여부가 각각 다르게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클럽네트워크
, 비트커넥트, 비트게임프로 등의 경우 방문판매법 24조 제1항 제1(사실상 금전거래만 하는 행위)’ 위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반면 에어비트클럽이나 브이글로벌은 유죄가 인정되어 총책이 중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판결이 갈리는 이유는 코인을 방문판매법상 처벌 대상인
재화 또는 용역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법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현행 방문판매법은 재화나 용역의 거래 없이 이를 가장한 금전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데
, 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이 이 범주에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하거나 법원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화
, 용역에 대한 정의 부가세법 참고해야
최근 법조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방문판매법상 재화, 용역의 정의다. 방문판매법에는 재화나 용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경우
부가가치세법상의 정의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가가치세법상 재화는 상품, 제품, 전기, 가스 등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의미하며, 용역은 건설, 숙박, 금융, 보험 등 서비스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코인은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 아니며, 일반적인 재화나 용역의 성격과도 거리가 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더스 사건의 파기환송심 등 최신 판례에서는 이러한 법리적 맹점을 파고들고 있다. 판사들 중 일부는 재화 등에 재화가 아닌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하지만,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법에서 재화 또는 용역을 줄여서 재화 등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면, 그 범위는 철저히 재화와 용역으로 한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하위 모집책들에 대한 처벌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 총책은 사기나 유사수신행위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직접적인 기망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모집책들에게는 주로 방문판매법이 적용돼 무죄가 선고됐다. 코인이 재화나 용역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특정금융정보법
(특금법)이 제정 후 발효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지만, 이 역시 모집책 모두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신고 미비로 처벌하려면 모집책의 행위가 알선이나 중개를 업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다단계조직의 수당을 받기 위한 모집 행위였는지에 대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인 다단계 규제할 수 있는 입법 보완 시급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의 성격에 따라 규제 체계가 달라진다. 비트코인과 같은 일부 가상자산은 상품으로 분류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대상이 되며, 투자 계약 성격을 띠는 경우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으로 판단해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법원이 가상자산을 몰수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로는 인정했으나, 여전히 법적 정의는 모호하다.

전문가들은 방문판매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방문판매법 재화의 개념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거나, 유사수신행위법처럼 가상자산을 포함한다는 괄호 조항을 삽입해 법적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코인 다단계는 이미 전체 사기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낡은 법문에 기대어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수사와 재판은 결국 사법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90% 이상의 사기 사건이 코인과 결부되는 현실에서,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방문판매법으로 이를 단죄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코인 다단계 행위를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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