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칼럼> 7년의 공방, 결론은 ‘실질’이었다
성과급의 명칭보다 설계의 의도를 보라
1. 서론: 성과급 논쟁의 종지부와 새로운 지표
2026년 1월 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성과급의 임금성에 관한 기념비적인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사기업의 성과급 제도를 ‘노동의 대가’인 임금과 ‘경영 이익의 배분’인 임금이 아닌 것으로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 있다. 7년간 이어온 산업계의 논쟁을 매듭지은 이번 판결은 향후 기업 보상 체계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2. 성과급의 두 얼굴: ‘노동의 정산’과 ‘경영의 분배’
삼성전자는 취업규칙에 따라 연 2회 ‘목표 인센티브(TAI)’와 연 1회 ‘성과 인센티브(OPI)’를 지급해 왔다. 대법원은 각 인센티브의 명칭이 아닌 ‘설계의 의도’에 주목하여 임금성 여부를 달리 판단하였다. 이는 성과급이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변동하더라도, 그 구조가 성과의 사후적 정산 성격을 갖는다면 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준을 확립한 것이다. 법원은 TAI를 임금이라고 판단하면서 평가 항목의 기능과 목적, 내용, 평가 방식을 고려하였는데 이것들이 결국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양이나 질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3. 목표 인센티브(TAI): 노동의 가치를 사후적으로 정산하다
대법원은 상·하반기에 지급되는 TAI를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인정하였다. 사측은 경영 실적에 따른 은혜적 급부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TAI가 월 기준급의 일정 비율이라는 상여기초금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고, 취업규칙 등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어 사용자의 지급 의무가 명확하다고 보았다.
또한 근로자의 통제 가능성 측면에서도 TAI는 임금 성격이 강하였다. 평가 항목인 전략과제 이행 정도 등이 근로자의 구체적인 노동 제공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고, 특히 전략과제는 근로자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달성 여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 TAI의 지급률 변동 범위는 연봉기준 0~10% 수준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 일시적 포상이 아닌 근로 성과의 사후 정산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4. 성과 인센티브(OPI): 경영의 영역으로 남은 사후적 분배
반면 연간 지급되는 OPI는 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사용자에게 확정적인 지급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노동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 있었다. OPI의 재원인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는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판단 등 근로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평가 시 여러 사항을 임의로 결정하는 등 지급 기준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지도 않았고, 연봉의 0%에서 50%까지 급격히 변동하는 수치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근로의 양과 질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OPI는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닌 경영 이익을 나누는 ‘사후적 분배’로 분류되었다.
5. 인사관리자가 직시해야 할 ‘통제의 역설’
이번 판결은 개인이나 부서의 KPI를 성과급에 촘촘하게 연동할수록 근로자의 관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근로 자체와 연관성이 커져서 법원이 이를 임금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시사점이 있다. 반대로 외부 지표에만 연동하면 리스크는 줄어들지만 성과급 본연의 동기부여 기능은 약화되기 때문에 인사담당자에게는 많은 고민을 던져주는 판결이다.
6. 결론: 사기업 경영성과급 판단의 이정표
이번 판결은 평균임금의 기초가 되는 임금이 ‘사용자의 지급 의무’와 ‘근로 제공과의 인과관계’를 갖춰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같은 날 선고된 서울보증보험 사건(대법원 2026. 1. 29.선고 2022다255454 판결) 역시 노사 관행과 분배 실질에 따라 임금성을 부정한 원심을 확정하며 궤를 같이하였다. 기업들은 이제 자사의 보상 체계가 근로의 대가인지 경영 이익의 분배인지를 면밀히 진단하고, 이에 따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정교한 보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지윤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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