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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배하는 신의 방패 ‘세종대왕함’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4-16 15:35:35
  • 수정 시간 : 2026-04-16 15: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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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Defense Industry 2 – 세종대왕함

▷ 사진: 대한민국 국군, 배경편집: 제미나이
 

지상에서의 전투가 전선의 형태를 결정한다면, 현대전에서 바다를 장악하는 것은 전쟁의 명운을 좌우한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잠재적 위협인 북한뿐만 아니라 강력한 해군력을 보유한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지정학적 한계 속에서 대한민국 해군은 오랜 시간 연안 방어를 넘어 대양으로 나아가기 위한 절실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의 결정체가 바로 수백 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는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DDG-991)’이다.


생존을 넘어 대양 해군을 향한 도약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해군의 주력은 북한의 고속정이나 잠수함을 연안에서 막아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주변 강대국들이 수천 톤급의 대형 군함과 첨단 방공망을 앞세워 해양 패권을 다툴 때, 우리는 함대 전체를 적의 대함 미사일이나 항공기 위협으로부터 지켜낼 ‘우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빈약한 방공 능력은 곧 함대의 생존성 저하로 이어졌고, 먼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에 한국 해군은 한계를 타개하고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한국형 구축함(KDX)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3,000톤급의 KDX-I(광개토대왕급), 4,000톤급의 KDX-II(충무공이순신급)를 거쳐, 마침내 KDX-III 사업을 통해 세계에서 5번째로 이지스(Aegis) 전투체계를 보유한 국가로 우뚝 섰다. 2008년 12월, 그 찬란한 결실인 세종대왕함이 취역하며 대한민국 해군은 강력한 광역 방공망을 갖춘 진정한 의미의 ‘대양 해군’으로 환골탈태했다.


세종대왕함을 ‘바다의 요새’로 만든 세 가지 핵심 기술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의 이름으로, 어떤 창이나 화살도 막아내는 절대적인 방어력을 상징한다. 세종대왕함의 진가는 바로 이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체급과 그 안에 융합된 첨단 전투체계에서 나온다. 그 핵심은 크게 ‘광역 탐지 능력’, ‘막강한 무장 탑재량’, 그리고 ‘입체적인 방어망’ 세 가지로 요약된다.


▷ © SPY-1D 레이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미나이로 제작한 자료


1,000km 밖을 내다보는 전천후 ‘레이더’가 그 첫 번째다. 함교 4면에 부착된 8각형 모양의 SPY-1D(V) 위상배열 레이더는 360도 전방위를 쉴 새 없이 감시한다. 과거 뱅글뱅글 돌아가던 기계식 레이더와 달리, 수천 개의 소자가 전자파를 방사하며 사각지대 없이 주변을 탐색한다. 이 레이더는 1,000km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 등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으며, 이 중 가장 위협적인 20여 개의 표적을 골라내어 동시에 요격 미사일을 유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함대 전체를 보호하는 거대한 정보의 중심축이다. 

두 번째는 주변국 이지스함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인 무장 탑재량이다. 만재 배수량 1만 600톤에 달하는 거대한 선체 안에는 자그마치 128셀의 수직발사관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미국의 주력 이지스함인 알레이버크급이나 일본의 최신예 아타고급(90여 셀 수준)을 압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치다. 

▷ 지난 2024년 율곡이이함에서 발사되는 ‘SM-2 미사일’(사진: 대한민국 해군)


세종대왕함은 단순히 방어만 하는 배가 아니다. 128개의 수직발사관 중 80셀은 적의 항공기를 잡는 SM-2 함대공 미사일이 채우고 있으며, 나머지 48셀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수직발사관(KVLS)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지상 주요 시설을 원거리에서 정밀 타격하는 함대지 순항미사일 ‘해성-2’ 32발과 적 잠수함을 멀리서 타격하는 대잠어뢰 ‘홍상어’ 16발이 탑재되어 있다. 즉, 대공, 대함, 대잠, 대지 타격까지 전방위 다목적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략 무기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도의 생존성과 입체적인 방어망이다. 1차적으로 150km 밖에서 날아오는 위협을 SM-2 미사일이 요격한다. 만약 이를 뚫고 들어오는 적의 미사일이 있다면, 단거리 대공미사일(RAM)이 2차 저지선을 형성한다. 이 이중 방어망마저 회피하여 함정 코앞까지 날아오는 최후의 표적은, 분당 4,200발의 30mm 철갑탄을 뿜어내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문자 그대로 벌집을 만들어 버린다. 여기에 10만 마력의 강력한 가스터빈 엔진 4기를 탑재해 거대한 선체가 최고 30노트(시속 약 55km)의 속도로 바다를 가르며 기동할 수 있다.


세계가 경악한 탐지 기록과 무결점의 포술
세종대왕함은 취역 이후 카탈로그에 적힌 제원을 뛰어넘는 능력을 거듭 증명해 왔다. 이지스함의 가치를 전 세계에 가장 확실하게 각인시킨 사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마다 벌어졌다. 2009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광명성 2호) 발사 당시, 세종대왕함은 발사 직후 불과 15초 만에 그 궤적을 탐지해 냈다. 이어 2012년 12월 은하 3호 발사 당시에는, 동해상에 배치되어 있던 미국의 이지스함이나 감시 위성보다도 빠른 ‘발사 54초 만에’ 궤적을 가장 먼저 탐지하고 추적에 성공하며 한미일 군 당국을 놀라게 했다. 우리의 바다를 지키는 가장 완벽한 눈임을 입증한 것이다.

전투력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0년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다국적 해상 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에 처음 참가했을 당시, 세종대왕함은 세계 해군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해상 화력 지원(NSFS) 부문 5인치 주포 사격 훈련에서 7개국 19척의 함정 중 오차범위 75m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해 ‘탑건(Top Gun)함’의 영예를 안았다. 이는 최첨단 장비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대한민국 해군 승조원들의 피나는 훈련과 압도적인 숙련도가 빚어낸 쾌거였다.

현재 해군은 세종대왕함, 율곡이이함, 서애 류성룡함 등 3척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으로 구성된 기동전단을 운용 중이며, 지난 2024년 12월에는 기존 탐지 능력에 더해 탄도미사일 직접 요격 능력까지 한층 강화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KDX-III Batch-II) ‘정조대왕함’을 도입하며 한반도의 바다를 더욱 견고히 수호하고 있다. 

이렇듯 바다에서 다져진 K-방산의 저력은 이제 끝없는 창공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투기 독자 개발이라는 불가능에 가까웠던 도전을 현실로 만들어 냈다. 다음 기획에서는 ‘보라매’라는 이름으로 비상하며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의 새 역사를 쏘아 올리고 있는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비약적인 개발 성과와 4.5세대 전투기로서의 가치, 그리고 미래 항공전에서의 역할을 상세히 조명해 볼 예정이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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