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목요일 오후> 다단계판매에 도전하는 용기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5-07 15:35:37
  • 수정 시간 : 2026-05-07 15:49:13
  • x

어쩌면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부단히 노력하며 원대한 꿈을 꾸고 있을 사업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업계에는 ‘행사’가 많은 편이다. 컨벤션, 세미나, 서밋, 랠리 등을 통해 사업자들끼리 결속력을 다지고, 서로의 비전을 공유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업의 갈피를 못 잡는 새내기 사업자들에게 이러한 행사는 소속감을 높이고 비즈니스에 관한 힌트를 얻는 중요한 장이 된다. 기존 사업자들 역시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조직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장기적인 활동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성공한 사업자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을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일궈낸 성취를 목도하며 사업자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이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설명하는 보상플랜에 관한 이론 교육보다 훨씬 강력한 촉매제가 된다. 행사장에 있는 사업자들의 눈빛이 의욕으로 가득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때때로 사업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전하는 용기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挑戰)은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는 말과 같다. 다단계판매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인식, 이제는 돈이 안 된다는 회의론자들의 비약 등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향해 주파하는 사업자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반면 도전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발생하는 수익, 변동성이 크지 않은 업무 등을 추구한다. 이것은 마치 종이에 자를 대고 일직선을 긋는 것과도 같다. 효율적이고 일정하지만 그 끝이 이미 결정돼 있다는 점에서 묘한 갈증이 느껴진다.

이와 달리 다단계판매에 도전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예측할 수 없는 파동이 나타난다. 위아래로 요동치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이 파동은 시련, 시행착오 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혹은 미지의 장소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직선은 종이 안에서 끝나지만, 파동은 공기라는 매질을 타고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듯이 그 미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리더 사업자 스토미 웰링턴(Stormy Wellington)을 제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수익에 대한 과장된 정보를 통해 사업자들을 모집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현재 인스타그램 169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5,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139명 이상의 백만장자를 배출하면서 ‘네트워크 마케팅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웰링턴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그녀는 보호시설에서 자랐으며 13살에 스트립 클럽에서 일했고 15살에는 엄마가 됐다. 현재는 세 아이의 엄마인 웰링턴은 “오랫동안 저는 무시당하고, 간과되고, 과소평가받았다”며 “하지만 고통을 힘으로 바꾸는 법을 배웠고, 이제는 여러분과 같은 여성들이 저처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몰두하고 있다”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그렇다면 FTC의 지적처럼 스토미 웰링턴의 이야기는 과장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본인이 고통을 딛고 일어선 드라마틱한 서사, 이 과정에서 발휘된 열정의 가치를 다른 이들에게 전파했을 뿐이다. 그녀 역시 ‘도전’에 임한 사업자였을 뿐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다단계판매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다단계판매는 서민이 주류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저명한 기업가나 유명 강연가들이 “나를 믿으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만 따라하면 100억 자산가가 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미래를 설파하는 것에는 대단히 관대하다. 기득권의 막연한 이야기는 비전이 되고, 서민의 열망은 기만적 정보가 되는 이 고약한 이중잣대는 무엇에서 기인하는 걸까?

FTC의 논리대로라면 서민들은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침 같은 인생만을 살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해진 곳만을 반복하는 시계침의 삶에는 오차는 없겠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한 파동도 없고 울림도 없다. 모든 사업자가, 모든 사람들이 기계 부품처럼 살라는 것인가?

다단계판매는 밑천이 없어도, 가방끈이 짧아도, 몸이 불편해도, 조금 늦게 시작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부의 사다리에 오를 수도 있는 산업이다. 인생의 파동은 자를 대고 그은 직선처럼 안전하지 않을 순 있다. 그러나 그 자체를 막아서는 행위는 기적을 만들어낼 기회조차 박탈하는 일이다. FTC를 비롯해 전 세계의 규제 당국이 진정으로 보호해야 할 것은 기득권의 불편한 심기가 아니라 서민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자유여야 한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