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영입’, 뒷거래에 멍드는 다단계
거액 쓰고도 매출 못 내 법적 분쟁으로 번지기 일쑤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이른바 ‘리더 사업자 영입’과 관련 비공식 금전 거래가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소송과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 규모의 ‘스카우트비’가 오가지만, 대부분 공식 보상체계 밖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회사와 판매원 모두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비밀유지 각서 썼지만… 결국 법정으로 간 영입 전쟁
한 중견 다단계판매업체에 합류해 대표사업자로 활동했던 A씨는 최근 회사 측과의 법적 공방을 시사했다. A씨는 합류 당시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별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이미 선지급금 형태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했으며, 실적 대비 추가 요구는 과도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해당 계약은 외부 발설을 금하는 ‘비밀유지 각서’와 함께 체결되었으나, 갈등 과정에서 내용이 불거지자 회사 측은 A씨를 상대로 비밀유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업체 B사는 외부 리더 영입을 위해 제품과 현금을 지원했으나, 기대했던 조직 확장 성과가 나오지 않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회사는 지급한 비용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판매원 측은 “조직 구축을 위한 정당한 활동비로 소진했다”며 거부했다. 결국 양측은 지루한 공방 끝에 일부 금액만 회수하는 선에서 분쟁을 매듭지었으나 경영상 타격은 피하지 못했다.
방문판매법 위반 소지…‘신고’를 무기로 역협박하기도
문제는 이러한 거래 자체가 현행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 제24조’는 다단계판매업자가 공식적인 보상플랜 외의 방식으로 특정 판매원에게 차별적인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업계에서는 스카우트비, 활동비 지원, 매출 연동 리베이트 등이 이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본다.
이로 인해 일부 판매원은 선지급금을 받은 뒤 이탈 움직임을 보이다가, 회사가 반환을 요구하자 오히려 “보상플랜 외 금전 지급은 법 위반이니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며 회사를 역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법무법인 ‘선’의 이지원 변호사는 “보상플랜에 명시되지 않은 금전 지급은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분쟁 발생 시 민사상 계약의 효력 유무와 별개로, 업체는 강력한 행정 제재와 형사 처벌 리스크를 동시에 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고액의 비용을 들인 리더 영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핵심 리더가 이동하면 하위 조직이 동반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판매원 개별 활동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직의 응집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이 거액을 투입하더라도 단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으며, 오히려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리더가 특별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기존 하위 판매원들이 “우리에게도 공정한 보상을 배분하라”며 집단 반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변칙적 ‘공코드’ 부여, 또 다른 리스크 초래
일부 업체들은 직접적인 현금 지급 대신 제품 무상 제공이나 이른바 ‘공코드’(구매 실적 없이 상위 직급 자리를 선점해주는 행위) 부여 등 우회적인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 실질적인 소비자 매출 없이 허위 매출로 수당만 타가는 구조가 형성되거나, 무상 제공된 코드를 통해 발생한 수익이 리더 개인의 호주머니로만 들어가는 과정에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임원은 “이러한 분쟁이 개별 사례를 넘어 시장 전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고질적인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며 “신규 진입 기업의 조급함과 판매원의 과도한 요구가 맞물려 ‘승자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원 변호사는 “결국 모든 보상을 공식적인 구조 안으로 편입시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분쟁을 줄이는 유일한 길”이라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공식 거래는 회사와 판매원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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