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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칼럼> 계약이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 기사 입력 : 2026-05-28 16:22:01
  • 수정 시간 : 2026-05-28 16: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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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기대권 법리와 인사 실무

많은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상의 ‘계약 기간’을 가장 안전한 방어벽으로 신뢰한다. 만료일이 도래하면 별도의 리스크 없이 고용 관계가 자연스럽게 종료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 계약을 적법하게 끝낼 수 있는가’를 좌우하는 것은 법령상의 숫자가 아니라 판례로 형성된 ‘갱신기대권’ 법리다.

갱신기대권은 반복 갱신의 관행이나 “다음에도 같이 하자”, “별일 없으면 계속 같이 근무한다”와 같은 사용자의 사소한 언동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계약 기간을 설정했다 하더라도 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합리적인 신뢰가 부여되었다면 형식적인 기간 설정은 고용 종료를 다투는 시점을 잠시 미루는 임시방편일 뿐, 사용자로서는 여전히 ‘원치 않는 근로계약의 갱신’이라는 위험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다.

1994년에 처음으로 등장한(대법원 93다17843 판결) 갱신기대권 법리는 이후 대법원 2007두1729 판결을 통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정립되었다. 이에 따르면 갱신기대권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인정된다.

하지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더라도 갱신을 거절할 만한 사유가 있다면 사용자는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대법원 2015두44493판결에 따르면, 합리적 이유의 존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만약 계약을 갱신할 생각이 없다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서, 채용 공고, 면담 등을 통해 계약 연장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를 근로자에게도 안내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장 사정상 갱신 여부를 미리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향후 갱신 거절을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평가 시스템 설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 이를테면 평가 항목과 배점 기준을 정립하고 이에 대해서 근로자에게도 안내해 두는 것이다. 항목은 업무 성과·역량·태도 등으로 세분화하되, 각 항목마다 수치화된 세부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업무 품질’ 항목이라면 오류율, 납기 준수율 같은 정량 지표로 구체화하는 식이다. 평가는 계약 기간 중 적절한 기간을 정해 몇 차례에 걸쳐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계약 만료 시점에 작성한 하나의 평가만으로는 계약 기간 내내 이어진 해당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보기 어렵기도 하고, 평가자 입장에서도 이를 모두 기억해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수의 평가자를 지정하거나 면담을 통해 평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등의 절차를 통해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내부 절차를 통해 미리 종료를 고지하고 주기적 면담을 통해 피드백을 제공한다면 근로자 입장에서도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갱신이 되지 않는 상황 또한 예측할 수 있게 되어서 원만하게 근로관계를 종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기간제법이 개정되기까지는 많은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고, 설사 기간제법 개정을 통해 사용 기간이 2년에서 3년 혹은 4년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판례 법리로 구축된 갱신기대권이 달라질 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인사 담당 실무자로서는 앞서 설명한 갱신기대권 법리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정교한 제도 설계와 운용의 일관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지윤 노무사>
 -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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