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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업계를 망치는 주범

  • 전재범 기자
  • 기사 입력 : 2026-05-28 16:22:06
  • 수정 시간 : 2026-06-02 12: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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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부서는 그 기업의 ‘얼굴’이자 ‘입’이다. 기업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과 대중의 시선은 마케팅 담당자의 태도와 언행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기업 철학을 가졌더라도 이들이 삐그덕하는 순간 기업의 이미지는 금방 추락하기 쉽고, 반대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케팅 부서의 진정성 있는 태도 하나로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도 한다. 

최근 대형 기업의 한 마케팅 담당자를 만나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이나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을 ‘영세 업체들’의 탓으로 돌리는 논리적 비약을 서슴지 않았다. 자본력이 부족한 작은 업체들이 수준 이하의 영업을 하며 물을 흐리고 있기 때문에 산업이 망해가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다. 그는 꽤 잘 나가는 글로벌 다단계판매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황당했던 건 자신도 다단계회사에 근무하면서, 다단계판매 자체를 폄훼하고 부끄러워했다는 점이다. 또 업계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단계판매에 대해서 잘 모르는 듯했고 기본적인 비즈니스 매너조차도 없는 듯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갈수록 그는 다단계판매에 종사하는 이들을 격이 떨어지는 사람들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니는 기업만이 최고이며 괜찮다’는 궤변을 이어갔다. 

자신의 명함에 새겨진 회사 로고의 무게를 본인 자신의 인격적 우월함으로 착각하는 이 왜곡된 우월감은 결국 그가 속한 기업의 격(格)마저 깎아내리고 있다. 이 사실을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 

그는 약간의 포용력을 발휘한 건지 톱10 기업들만큼은 인정해주는 뉘앙스도 풍겼다. 상대를 매출 규모로만 평가하며 본인과 비슷하게 잘 나가는 기업들만 인정하겠다는 태도 역시 다소 편협한 시선으로 비칠 수 있다.

과연 매달 그의 통장에 꽂히는 월급은 어디서 나오는지 알까? 그의 월급은 폄훼하는 다단계판매라는 유통 시스템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판매원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종에 대한 존중은 부족하다. 이는 더 나아가 대중들에게 다단계판매산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

또 영세 업체들에게는 무슨 잘못이 있길래 다단계판매업계를 망친다는 말을 한 것일까. 비록 규모가 작을지언정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계획하는 것이 바로 영세 업체다. 

다단계판매업계를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영세 업체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편협한 시각으로 주변을 무시하고, 상생의 가치 대신 오만과 편견으로 무장한 채 업계 전체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사람들이야말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교만은 인공적인 것이며, 내면의 빈곤을 감추기 위한 가장 얄팍한 어리석음”이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실력이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굳이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의 위치를 과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잘 나가는 글로벌 기업의 간판 뒤에 숨어 타인을 무시하고 산업을 모욕했던 그 당당함이 과연 개인만의 의견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기업의 분위기가, 사무실의 분위기가 다단계판매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 것이 아닐까. 

만약 그 직원의 태도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기업의 묵인 하에 조성된 조직 문화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업계를 이끄는 선도 기업이라면 마땅히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철학 없이 오직 자사 우월주의에 빠져 있다면, 그들은 산업을 이끄는 리더가 아니라 그저 운 좋게 덩치만 커진 골목대장에 불과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여된 마음가짐을 가진 실무자들이 업계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더라도, 그때까지 잘 나가는 기업으로 남아있을지는 미지수다.

혹여 직업의식과 기본 예의가 결여된 한 개인의 부적절한 태도라면 그 기업은 하루빨리 자신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야 할 것이다. 기업이 망하는 데는 리더의 몫도 있지만, 직원들도 한몫을 한다는 점을 필히 알았으면 한다. 

업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아니다. 같은 산업 안에 있으면서도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고, 업계 전체를 깎아내리는 오만한 태도다. 영세 업체를 비난하기 전에, 자신이 건네는 명함 한 장이 과연 업계에 어떤 얼굴로 비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전재범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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