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차명등록·명의도용
“제도는 있는데 단속은 어려워”

다단계판매업계에서 명의도용과 차명등록 문제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업체에서는 차명등록 제보를 받고 내부 조사가 진행되면서 판매원 등록 과정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경우 판매원 등록이 불가능한 범법자들이 타인의 명의를 빌려 영업하는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명의도용 문제로 인해 가족 간 송사 문제로 번지거나, 사업하는 판매원과 명의자가 일치하지 않아 세금 신고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는 일도 적지 않다. 또 가족 명의로 가입한 뒤 소득이 발생하면서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문제로 꼽힌다. 판매원 등록 과정에서 신분증 사본, 계좌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스폰서가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관리가 부실할 경우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대학생 다단계 조직에서 명의를 도용해 본인 동의 없이 수천만 원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례가 드러나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바 있다. 이 업체는 2023년 다단계영업을 종료했으나, 문제가 된 조직은 여전히 광주, 부산 등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데려올 테니 차명 코드 달라”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원, 사립학교법에 따른 교원, 다단계판매업체 지배주주 또는 임직원 등은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가족 명의로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본인 명의로 판매원 활동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감사원 감사 결과 부산경찰청과 경남경찰청 소속 경찰관 17명이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해 활동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외에도 방문판매법 위반으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 등은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격 사유로 인해 판매원 등록이 불가능한 일부 사업자가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활용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단계업체 임직원 역시 본인 명의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이용해 후원수당을 받는 사례도 있다. 한 업체의 대표는 “모 업체 출신의 지사장이 조직을 이끌고 오겠다며 차명 코드에 후원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최근에 요구한 적이 있다”며 “본인 명의로는 사업할 수 없으니 자식 명의를 이용하려 했는데, 끝내 제의를 거절했다”고 했다.
판매원이 차명등록을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신용불량자인 판매원이 채권추심을 피하기 위해 가족 명의로 가입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현재 활동 중인 회사에 다른 사업을 하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 판매원 코드를 개설하기도 한다.
모 업체 관계자는 “부모님이나 자녀 명의로 가입했다가 소득이 발생하면서 생활지원 자금이나 각종 청년 지원사업 자격에 영향을 받아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명의자가 후원수당을 돌려주지 않으면서 갈등으로 번지거나 배우자의 명의를 사용했다가 이혼한 뒤 후원수당 귀속 문제를 놓고 회사에 중재를 요구하는 골치 아픈 일도 자주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의 대표는 “오래 활동한 리더들 같은 경우 하위 판매원의 신분증, 통장 사본, 주소 등 개인정보를 다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 그 정보를 이용해 본인이 직접 작성해서 한 번에 가입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그게 자칫 잘못하면 개인정보 도용이 돼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된다”며 “요즘에는 고령 판매원들이 마이오피스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상위 리더가 대신 주문을 해주거나 계정을 관리해 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다이아몬드 등 일부 상위 직급을 제외하면 회사 측에서 차명등록 여부를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부 상위권 기업의 경우 차명 활동을 적발하는 10여 명의 전담팀까지 꾸렸으나, 차명 여부를 일일이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어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명의도용 막을 방법 사실상 없어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특정인을 그의 동의 없이 자신의 하위 판매원으로 등록하면 안 되며 국가공무원은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동의 없이 하위 판매원으로 등록하는 행위를 금지한 규정은 과거 다단계판매가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차명등록이나 조직 확대를 위한 편법 등록 사례가 왕왕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판매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조직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수십 년간 차명등록 문제가 반복돼 온 만큼 현행 관리 체계만으로는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명등록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적발 가능성이 낮고 실제 사업자와 명의자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수당, 세금, 상속, 이혼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결국 법적 책임은 명의자가 지게 되는 만큼 타인 명의를 사용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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