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노무사칼럼> 등기 임원은 근로자일까?

  • 기사 입력 : 2026-06-11 15:28:08
  • 수정 시간 : 2026-06-11 15:36:50
  • x

판례로 본 임원의 근로자성 판단

임원은 ‘직장인의 꽃’이라고 불린다. 임원이 되면 큰 폭의 연봉 인상은 물론 독립된 집무실, 개인 운전기사 등 여러 혜택이 따르는 꿈 같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원은 고용 불안정성 탓에 ‘임시 직원’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임원 계약은 보통 해지가 자유로운 민법상 위임계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다. 명함에 ‘이사’라고 적혀 있어도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윗선의 지시를 받으며 일한다면 법원은 그를 근로자로 보기도 한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고 퇴직금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위임계약 해지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관계를 끝낼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임원과 근로자를 가르는 것일까.

임원은 등기 임원과 비등기 임원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고 법인 등기부에 등기된 이사를 말한다. 상법상 이사는 통상 등기 이사를 가리킨다. 후자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지 않고 등기되지 않은 이사라 상법상 이사는 아니다. 따라서 비등기 이사는 등기 이사와 달리 이사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등기 임원은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고 비등기 임원은 근로자성이 긍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등기 여부가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니다. 법원은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2다4429 판결). 

명목상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받아 왔다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다64681 판결). 그러나 비등기 임원이라 하더라도 자율적으로 위임사무를 처리하고, 경영상의 결정에 개입한다면 법인 등기부상 이사 등으로 등기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이런 사람을 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6다54637, 2006다54644 판결).

결국 사용종속관계의 인정 여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가령, 외부 인사를 임원으로 영입한 경우 해당 인사의 경력 및 전문성과 선임 배경을 근로자성 판단에 고려하고(대법원 2022두63775 판결), 보수가 일반 직원들보다 월등히 높으며 다양한 복리후생이 제공되는지도 판단 지표로 삼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나2025205 판결). 이에 더해 최근 하급심은 마이너스 옵션 설정 여부 등 성과급이 회사의 ‘이윤과 손실’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인지도 고려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4누54975 판결). 

한편, 같은 판결에서는 민법 제683조의 수임인의 보고 의무를 근거로 수임인으로서의 업무 보고와 근로자로서의 업무 보고를 구분하여 지휘·감독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사용 종속성 판단에 있어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하급심은 성과급 형태, 지문 등록 출퇴근제 적용, 전결 권한의 영역, 전결 횟수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사실 판단을 정교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으로서는 형식과 실질 면에서 임원과 일반 근로자의 경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가 아닌 위임계약서를 작성해 위임사무의 범위와 재량을 명시하고, 임원을 근태 관리나 인사 평가 등 취업규칙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정관에 관련 규정을 두는 식이다. 또한 전결 규정에 임원의 독자적 결재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보수도 일반 직원과 구분되는 체계로 설계해야 한다. 업무 보고 역시 일상적 지휘·감독에 따른 과정 중심의 보고가 아니라 수임인의 의무(민법 제683조)에 따른 결과 중심의 보고 혹은 상황 공유 정도에 가깝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재경 노무사>
 -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 ☎ 02-3272-8005 ·
www.nosaplus.com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