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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비타민이 홍삼을 넘은 시대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6-11 15:28:13
  • 수정 시간 : 2026-06-11 15: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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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이끌어왔던 전통 소재들이 주춤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오메가3(EPA·DHA), 단백질, 맞춤형 영양소들이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 자료’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더 이상 특정 원료나 전통적 건강 이미지에 의존하는 시장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일상적 건강관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2025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은 2조 8,2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폭발적인 성장은 아닙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 내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비타민 및 무기질 제품이 생산액과 국내 판매액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국내 판매액 기준으로 비타민 및 무기질 제품이 처음으로 홍삼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세대교체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홍삼 중심 구조가 강했습니다. 면역력, 피로 개선, 활력 증진이라는 기능성과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홍삼은 사실상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건강 인식이 달라지면서 시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특정 질환 예방이나 일시적 건강 증진보다 일상적인 건강 유지와 영양 균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통계에서도 비타민D 생산액은 전년 대비 53.4%, 마그네슘은 58.3% 증가했습니다. 반면 홍삼은 14.2%, 프로바이오틱스는 5.6%, 헤모힘 당귀등 혼합추출물은 18.4% 감소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품목 간 순위 변동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소비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 역시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소비자들은 건강을 특정 질병에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생활 습관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데일리 웰니스(Daily Wellness)’ 개념이 확산되면서 비타민, 미네랄, 오메가3, 단백질, 프로바이오틱스, 식이섬유 등 기초 영양소 중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층 연령의 변화도 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과거 건강기능식품이 중장년층 중심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MZ세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으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나 전통적인 원료보다 과학적 근거와 성분 함량, 기능성 데이터에 더욱 주목합니다. SNS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은 원산지보다 효능과 객관적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오메가3 시장의 급성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자료에서 EPA 및 DHA 함유 유지의 생산액은 전년 대비 45.7% 증가했으며 수출액은 무려 210.1% 증가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입니다.

오메가3는 심혈관 건강, 뇌 건강, 눈 건강 등 다양한 연구 결과가 축적된 대표적인 과학 기반 기능성 소재입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예방적 건강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오메가3와 같은 기초 건강관리 제품의 시장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변화가 국내 시장을 넘어 수출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25년 건강기능식품 수출액은 3억 1,817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2% 증가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출 상위 품목은 비타민 및 무기질, EPA 및 DHA 함유 유지, 프로바이오틱스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세 품목이 전체 건강기능식품 수출의 약 6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K-건강기능식품의 글로벌 경쟁력이 특정 전통 원료에서 범용 기능성 소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과거에는 홍삼과 같은 한국 고유 소재가 수출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영양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산업에서는 ‘K-푸드’와 ‘K-뷰티’에 이어 ‘K-웰니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우수한 제조기술과 품질관리 시스템, 빠른 제품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생산실적 상위 업체 순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실적 1위 기업이 기존 한국인삼공사에서 노바렉스로 바뀐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원료 중심 기업에서 제조 전문 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흐름과 비슷합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특정 브랜드보다 제조 경쟁력과 연구개발 역량, 원료 조합 기술, 맞춤형 제품 생산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이 대량생산 시대를 넘어 개인 맞춤형 시대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왜 먹는가를 묻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 중심의 혁신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K-건강기능식품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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