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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개월 전 고지 의무’ 준법 의지 꺾는다

  • 기사 입력 : 2026-06-11 15:28:17
  • 수정 시간 : 2026-06-11 15: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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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와 서울시가 최근 다단계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합동점검에서 다수의 방문판매법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고 한다. 그중 상당수는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기준 변경에 대한 이른바 ‘프로모션 3개월 전 고지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 집행 기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점검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해당 규정이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도 여전히 합리적인가 하는 점이다.

다단계판매산업은 최근 2년 연속 매출 감소라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 온라인 유통채널의 급성장, 중산층 구매력 약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업계 전반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실시되는 대규모 행정점검은 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물론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행정 활동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점검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일부 규정들이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로모션 3개월 전 고지 의무다. 신제품 출시 일정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고, 원료 급 상황이나 환율 변동, 경쟁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라 기업은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3개월 뒤의 시장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프로모션을 설계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다.

애초에 해당 규정의 입법 취지는 판매원 보호에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후원수당 체계를 변경해 판매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취지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구조적인 보상플랜 변경과 일시적인 판매촉진 프로모션까지 동일한 규제 틀 안에서 다루고 있다는 데 있다. 판매원의 소득을 침해하는 보상플랜 등의 변경과 판매원에게 추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법을 성실히 준수하는 기업은 각종 절차와 제한으로 인해 시장 대응이 늦어지는 반면, 법을 무시하는 불법 업체들은 훨씬 자유롭게 영업활동을 전개한다. 결국 합법 업체가 불법 업체보다 더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법은 지켜질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규정을 준수할 때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다고 느껴지는 순간, 사업자들은 법을 부담으로 인식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일부에게는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유혹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입법 목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속 실적이 아니라 제도의 현실성에 대한 재검토다. 판매원 보호라는 원칙은 유지하되, 일시적 프로모션에 대한 예외 인정이나 고지 기간의 합리적 조정 등 현실에 맞는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법 준수 의지를 약화시킨다면 그 규제에 대해 합동점검해야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법은 시장을 옥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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