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품목이 보여주는 시장의 승자와 패자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새 질서 (上)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는 상위 품목으로 집중되는 반면,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온 개별인정형 시장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본지는 ‘건기식 시장의 새 질서’ 시리즈를 통해 시장 집중 현상과 혁신 원료의 명암, 그리고 미래 성장 전략을 짚어본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의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검증된 기능성과 익숙한 원료에 집중되면서, 소수 품목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약처의 ‘2025년도 식품 등의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판매실적은 4조 9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국내 시장 규모 역시 5조 8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시장 전체로 보면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하지만 품목별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5년 기준 상위 5개 품목의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78.5%, 상위 10개 품목의 비중은 86.6%에 달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매출의 대부분이 소수 품목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상위 10개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은 비타민 및 무기질(7,875억 원)이었다. 이어 홍삼(7,845억 원), 개별인정형 원료(6,662억 원), 프로바이오틱스(6,538억 원), EPA 및 DHA 함유 유지(3,184억 원)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성장 품목과 정체·감소 품목 간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EPA 및 DHA 함유 유지는 전년 대비 33.2% 성장하며 상위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령화에 따른 심혈관 건강 관리 수요 확대와 오메가3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파티딜세린 역시 전년 대비 2.7% 증가한 50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억력 개선 기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전통적인 강자들의 부진도 이어졌다. 홍삼은 2021년 1조 472억 원에서 2025년 7,845억 원으로 감소하며 5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9.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대표했던 홍삼의 입지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베스트셀러의 독주와 86.6%가 말하는 산업의 미래
프락토올리고당 역시 전년 대비 23.2% 감소한 605억 원에 머물렀으며, 밀크씨슬 추출물도 6.7%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건강기능식품 소비 패턴의 전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홍삼처럼 ‘몸에 좋다고 알려진 대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혈행 건강, 장 건강, 인지 건강 등 자신의 건강 고민에 맞는 기능성을 찾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건강 관련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능성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도 강화되고 있다.
다만 특정 품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경우 시장의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상위 10개 품목이 전체 시장의 86.6%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성 원료나 중소기업 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제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소비자의 건강 니즈를 정확히 읽고 차별화된 기능성과 신뢰를 확보한 제품만 살아남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정체 속에서도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 변화의 방향이 과거보다 훨씬 선명해졌다. 소비자의 선택은 점점 더 특정 품목으로 집중되고 있다.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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