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성공담보다 숫자가 먼저
다단계판매업계가 다시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섰습니다. 시장이 무너졌다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전처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만으로 판매원과 소비자를 설득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 업계가 보여줘야 할 것은 장밋빛 가능성이 아니라 실제 숫자입니다. 일부 상위 판매원의 성공담이 아니라, 대다수 참여자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얻고 있는지에 대한 정직한 설명입니다.
다단계판매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통해 확산되는 산업입니다.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주변에 권하고, 사업 기회를 경험한 판매원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소개합니다. 이러한 구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소개 과정에서 현실보다 가능성이 과도하게 부풀려질 때 발생합니다. “부업으로 시작해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 “월급보다 더 벌 수 있다”, “조직만 만들면 자동수익이 생긴다”는 말은 듣기에는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평균적인 결과와 동떨어져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오해의 씨앗입니다.
최근 해외 규제당국의 움직임은 이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미국에서는 다단계판매 기업과 고위 판매원의 수익 주장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특정인의 성공 사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적인 결과처럼 전달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실제로 돈을 벌지 못하거나 매우 적은 수익을 얻는 구조라면, 기업과 판매자는 그 현실을 숨기지 말아야 합니다. 규제의 기준은 “성공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대부분은 실제로 얼마를 버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에 따르면 시장의 외형은 이미 예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매출액과 후원수당 총액, 등록 판매원 수 모두 감소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수치 감소가 곧 산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이 과열과 허수를 걷어내고 체질을 바꾸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업계가 여전히 과거의 모집 방식에 기대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시장은 줄어드는데 말만 커진다면 소비자와 예비 판매원의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합법적으로 등록하고 공제계약을 체결한 기업까지 불법 피라미드와 같은 취급을 받는 현실은 분명 불합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수한 제품을 보유하고, 성실하게 소비자를 관리하며, 꾸준히 소득을 만들어가는 판매원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정상적인 활동마저 일부 과장된 수익 주장과 무리한 리크루팅 방식에 의해 함께 훼손된다는 점입니다. 업계를 망치는 것은 외부의 오해만이 아닙니다. 내부의 안일함 역시 그에 못지않게 위험합니다.
특히 SNS와 유튜브, 단체 채팅방, 온라인 세미나 등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판매원의 말 한마디가 곧 기업의 이미지가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한 말이 제한된 공간 안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화면 캡처 한 장, 짧은 영상 하나가 소비자 민원과 규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공식 자료에서는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판매원 개인 채널에서 “누구나 고수익 가능”, “몇 달 만에 월수입 달성”, “자동으로 돈이 들어오는 구조”와 같은 표현이 반복된다면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이제 업계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성공 사례를 말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성공 사례는 산업의 활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다만 그 앞뒤에 현실을 함께 놓아야 합니다. 상위 판매원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전체 판매원 중 후원수당을 받는 비율과 평균적인 지급 수준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사업 기회를 소개한다면 제품 판매와 소비자 관리, 교육, 시간 투입, 비용 부담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할 수 있다”는 말만큼 중요한 것은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다단계판매가 앞으로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더 엄격해져야 합니다. 법을 피해 가는 영리함이 아니라, 법보다 앞서 신뢰를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후원수당 지급 구조가 복잡할수록 더 쉽게 설명해야 하고, 보상플랜이 매력적일수록 그 한계도 함께 알려야 합니다. 소비자와 예비 판매원은 더 이상 막연한 꿈만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검색하고, 비교하고, 기록을 남깁니다. 기업의 말보다 숫자를 보고, 판매원의 말보다 실제 사례를 봅니다.
결국 다단계판매업계가 회복해야 할 것은 매출보다 신뢰입니다. 매출은 좋은 제품과 건강한 조직이 있으면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성공담이 아니라 더 정직한 설명입니다. 업계가 스스로 숫자를 공개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과장된 말을 줄일 때 비로소 다단계판매를 둘러싼 오래된 오해도 조금씩 걷힐 수 있습니다.
성공담보다 숫자가 먼저입니다. 그것이 지금 이 산업이 다시 출발해야 할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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