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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한 방울로 ‘치매’ 예측한다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6-18 17:25:38
  • 수정 시간 : 2026-06-19 09: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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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활>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치매는 더 이상 고령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발성 치매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개인과 가족, 사회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이 한창인 시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크게 흔드는 질환으로 꼽힌다.

이러한 가운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국내 조발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혈액검사 지표를 활용해 질병의 특성과 진행 양상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61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도 인정받았다.


젊은 나이에 찾아오는 치매의 그림자
조발성 치매는 만 65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는 치매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가 있다.

전체 치매 환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 환자 대부분이 직장 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시기에 발병하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문제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의 돌봄 부담까지 동시에 발생한다.

특히 조발성 치매는 기억력 저하 외에도 성격 변화
, 언어장애, 행동 이상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직장 적응 문제로 오인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발성 치매 환자의 경우 질병 진행 속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치료 전략 수립과 가족의 돌봄 계획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조발성 치매 코호트를 활용한 연구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추진하는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사업(BRIDGE)을 통해 구축된 조발성 치매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발병 연령이
65세 이전인 환자를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LEAF(조발성 치매 환자 코호트)’ 연구를 기반으로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 245명과 전두측두엽치매 환자 77명 등 총 322명을 약 2년 동안 관찰했다.

연구의 핵심은 혈액검사 결과와 인지기능 변화
, 임상 증상 악화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치매 진단에는 뇌척수액 검사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
(PET) 검사가 활용돼 왔다. 다만 이러한 검사들은 비용 부담이 크고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혈액검사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반복 측정이 가능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 해외에서도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유전성 치매가 아닌 조발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특히 국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연구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
, 다른 신호 보였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혈액 내 특정 바이오마커 수치가 높을수록 인지기능 저하와 임상 증상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주요 바이오마커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 이는 혈액검사를 통해 질병의 진행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에서는 다른 양상이 관찰됐다
. 일부 바이오마커는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성을 보였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난 패턴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는 두 질환이 비슷한 치매 범주에 속하더라도 병태생리학적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향후 질환별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예후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특히 환자별 진행 속도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치료 시점 결정이나 임상시험 참여 대상자 선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 이끌까
치매 치료 분야에서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증상이 심해진 이후보다 초기 단계에서 질환을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연구를 수행한 장혜민 서울아산병원 교수와 김은주 부산대병원 교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과 전두측두엽치매에서 혈액 바이오마커의 임상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질환별 특성을 반영한 예후 예측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는 의미를 넘어 국가 차원의 코호트 구축 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

질병관리청은 현재 조발성 치매를 포함해 다양한 뇌질환 코호트를 구축하고 임상 정보
, 뇌영상 자료, 유전체 정보 등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 연구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앞으로 혈액 바이오마커와 뇌영상
, 유전체 정보를 연계 분석해 환자 맞춤형 관리 근거를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고영호 국립보건연구원 뇌질환연구과장은
조발성 치매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고 증상도 다양해 조기 진단과 경과 예측이 중요하다국내 조발성 치매 코호트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관리 근거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역시
국가 주도로 구축한 조발성 치매 코호트가 예후 예측 연구에 활용된 중요한 사례라며 치매 환자와 가족이 질병에 대비하고 적절한 관리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조기 선별과 예후 예측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발성 치매는 환자 수 자체보다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질환이다
. 이번 연구는 혈액검사라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을 통해 질병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직 임상 현장에 즉시 적용하기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치매 진단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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