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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우리는 그렇게 시나브로 소비되고 있다

  • 두영준 기자
  • 기사 입력 : 2026-06-25 13:53:20
  • 수정 시간 : 2026-06-25 13: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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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늘 분노와 화가 넘친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누군가는 특정 기업을 욕하고, 누군가는 특정 직업을 비난하며, 때로는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으며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글에 공감하고 댓글을 달고 공유한다. 그렇게 게시물은 삽시간에 퍼지고 조회수는 올라간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과정에서 이득을 보는 건 누굴까?

유튜브나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는 다단계판매를 비난하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 물론 업계가 과거에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지금도 일부 부도덕한 업체가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비자 피해 사례 역시 미약하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모든 다단계판매업체가 불법이고, 모든 판매원이 가해자인 것처럼 일반화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회수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이다
. 복잡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보다 만인의 적을 만드는 것이 훨씬 쉽다. “저 업계는 다 사기다”, “저 사람들은 모두 피해자를 만든다”,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식의 자극적인 문구는 클릭을 부른다.

조회수는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고
, 구독자는 늘어난다. 알고리즘은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결국 콘텐츠 생산자는 더 강하고 자극적이고 때로는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소비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렇게 소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그것을 경험해 본 적도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주장, 누군가의 영상, 누군가의 편집된 사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생략된 채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설계한 장치에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물론 이런 현상은 다단계판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녀 문제도 그렇고, 세대 갈등도 그렇고, 최근 극에 달하고 있는 정치 갈등도 그렇다. 좌우 진영논리를 앞세워 생산하고 있는 각종 콘텐츠들이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옹졸한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지 않나?

특정 기업이나 직업을 향한 비난 역시 마찬가지다
. 인터넷은 언제나 선명한 적과 명확한 피해자를 원한다. 애매모호한 것보다 이야기가 쉽고 전달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떤 업체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지만 어떤 업체는 수십 년 동안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고 있다. 어떤 판매원은 무리한 권유를 하지만 어떤 판매원은 제품만 전달하고 판매한다. 어떤 소비자는 피해를 입었지만 어떤 소비자는 만족하며 제품을 사용한다.

이처럼 현실은 회색 천지이지만 인터넷 세상은 회색을 싫어한다
. 왜냐하면 흑백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제목에 반응하고, 썸네일에 반응하고, 자극적인 문장에 반응하게 됐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재료가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 조회수를 위해 만들어진 분노에 화를 내고, 콘텐츠를 퍼뜨리기 위해 설계된 자극에 반응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감정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정작 그 감정을 만들어낸 사람은 광고 수익을 얻고 영향력을 얻지만, 그것을 소비한 자는 남는 것이 없다.

우리는 무료로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다
. 우리의 시간과 관심, 분노와 감정이 이미 대가로 지불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비싼 자원은 돈이 아니라 관심과 감정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관심과 감정을 얻는 사람이 영향력을 갖고,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비판과 감시는 필요하다
. 잘못된 기업과 불법 행위는 응당 지적받아야 한다. 그러나 비판과 선동은 엄연히 다르다. 특정 업체가 실제로 법을 위반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과 다단계판매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으로 단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문제라는 건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과 그 문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인터넷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분노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번져 소비되고 있다.

조회수는 올라가고 알고리즘은 돌아간다
. 그러나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믿지 말고, 모든 것을 의심하지도 말아야 한다. 대신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적어도 누군가의 장사에 시나브로 소비되는 사람은 되지 않을 수 있다.
 
 
두영준 기자 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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