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청구 집중 단속으로 건강보험 곳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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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제도는 국민 누구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의료 이용이 과도해지거나 허위 청구가 반복되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내는 보험료로 돌아온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두 건의 정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보여준다. 하나는 과잉 진료 우려가 제기돼 온 도수치료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짜 진료와 가짜 환자를 동원한 건강보험 거짓청구를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개의 정책처럼 보이지만, 두 정책 모두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면서 꼭 필요한 의료는 보장하고 불필요하거나 부정한 의료 이용은 줄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적정진료’가 건강보험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비급여 관리 첫 시험대 된 도수치료
도수치료는 의료인의 손을 이용해 근육과 관절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일부 질환에서는 효과가 인정되지만, 치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의료기관마다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 때문에 대표적인 관리 필요 비급여 항목으로 꼽혀 왔다.
실제로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책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실손보험 청구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과잉 이용을 막을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도수치료 관리급여 기준을 확정했다. 관리급여는 기존 비급여 항목 가운데 사회적으로 관리 필요성이 높은 의료행위에 대해 가격과 이용 기준을 설정하는 제도다.
새 기준에 따르면 도수치료 수가는 회당 4만 3,850원으로 정해졌으며, 환자 본인부담률은 95%가 적용된다. 사실상 비급여 성격은 유지하되 정부가 가격과 이용 기준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용 횟수에도 제한이 생긴다. 주 2회 이내로 시행할 수 있으며, 연간 총 15회를 초과해 산정할 수 없다. 다만 수술이나 골절 이후 관절 구축이나 강직이 뚜렷한 경우에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또한 기본적인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우선 시행하도록 하고, 치료 효과 평가와 진료기록 작성도 의무화했다. 이는 환자의 상태에 대한 객관적 판단 없이 장기간 반복되는 치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비급여 시장의 가격 왜곡을 줄이고 의료적 필요성에 기반한 이용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짜 환자, 가짜 진료” 건강보험 부정청구 칼 빼든 정부
한편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또 다른 원인인 거짓청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건강보험 기획조사를 재개해 가짜 진료와 가짜 환자 등 허위 청구 행위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됐던 기획조사가 약 2년 만에 다시 시행되는 것이다.
거짓청구는 실제 하지 않은 진료를 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진료받지 않은 환자를 내원한 것으로 처리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은 의료인이 진료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거짓청구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은 연평균 약 96억 원으로 전체 부당청구 금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단순 행정 착오 수준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
주요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입원일수나 내원 횟수를 부풀리는 행위, 비급여 진료 후 급여 항목으로 이중 청구하는 행위, 실제 시행하지 않은 치료나 약제를 청구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무자격자의 진료 행위를 정상 진료로 꾸며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감지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해당 시스템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요양기관별 위험 점수를 산정하고 부당청구 가능성이 높은 기관을 선별하는 예측 시스템이다.
198개 항목의 시나리오 룰을 활용해 청구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현지조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부당이익 환수 넘어 강력한 제재까지
거짓청구가 적발되면 단순히 부당하게 지급된 진료비를 돌려받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중대한 위반 행위로 판단되는 만큼 다양한 행정처분과 법적 제재가 함께 뒤따른다.
우선 부당하게 지급받은 진료비는 전액 환수되며, 위반 정도에 따라 최대 1년의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업무정지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 이용에 큰 불편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업무정지를 대신해 과징금이 부과되는데, 그 규모는 최대 부당금액의 5배에 달한다.
예를 들어 부당청구 금액이 20억 원이라면 환수액 20억 원에 더해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이 추가될 수 있다. 결국 해당 기관은 총 12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되는 셈이다. 허위 청구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큰 책임을 지도록 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사회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거짓청구 금액이 1,500만 원 이상이거나 거짓청구 비율이 20% 이상인 경우에는 건강보험공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관 명단과 위반 사실이 공개된다.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신뢰를 훼손한 기관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의료인 개인에 대한 제재도 별도로 이뤄진다.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등 의료법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최대 1년의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 있으며,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 조치가 병행될 수도 있다.
개혁의 핵심은 필요한 의료는 더 ‘두텁게’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과 거짓청구 기획조사는 모두 의료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규제로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는 보장을 확대하고, 국민 부담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 확대와 부당청구가 지속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건강보험 제도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이용하느냐’보다 ‘얼마나 적절하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도수치료의 적정 기준을 마련하고 허위 청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필요한 치료는 충분히 보장하되, 과잉 이용과 부정 이용은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제도 속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정부만의 제도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유지해야 할 공동 자산이다. 적정진료 문화가 정착될 때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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