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분열의 나라, 대한민국
필자에게는 좀처럼 와닿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분열’이다. 아직 세상을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분열이라는 단어를 실감할 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분열이란 것을 실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여당과 야당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여당과 야당은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싸우고 있다. 물론 그 싸움이 분열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이득을 위해 싸우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대를 거치면서 그 싸움이 변질되었고, 현재는 싸움의 수준으로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 이익보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앞서는 모습은 정치 본연의 역할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모 교수가 한 토크 영상에서 “국민들의 이익과 권리를 위해서 양당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것이 정치”라며 “자기들끼리 먹고 싸우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정치냐”라고 말하며 화제가 됐었다. 특히 지금 여당과 야당이 서로 싸우는 것도 모자라서, 각 정당 내부에서도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분열은 우리 사회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대한민국이 아니라 한반도의 오랜 습관에 가깝다. 조선 시대만 들여다봐도 그렇다.
조선은 유교를 국가 운영의 근본으로 삼은 나라였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유교를 공부했다고 해서 같은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학문과 정치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작은 견해 차이도 거대한 정치적 갈등으로 번졌다. 조선 중기 선조 시기에 등장한 동인과 서인의 분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동인과 서인의 시작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았다. 당시 사림 세력의 대표 인물이었던 김효원과 심의겸의 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발단이었다. 김효원을 지지하던 세력은 동인, 심의겸을 지지하던 세력은 서인으로 불리게 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학맥과 지역, 인맥까지 얽히며 거대한 세력 대결로 발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인은 다시 남인과 북인으로 갈라졌다. 정여립 사건과 정철 처벌 문제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충돌한 결과였다. 같은 동인 안에서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인은 남인을 믿지 못했고, 남인은 북인을 경계했다. 결국 상대 세력을 견제하고 배제하는 것이 정치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이후 조선의 정치는 분열의 역사가 됐다. 북인과 남인이 싸우고, 서인은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졌다. 노론 안에서도 벽파와 시파가 등장했다. 국가의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생산적인 논쟁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권력과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이었다. 한번 갈라진 세력은 다시 합쳐지기보다 더 잘게 쪼개졌다.
흥미로운 점은 분열이 반복될수록 상대를 설득하는 문화는 사라지고 상대를 제거하려는 문화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보다 상대가 반드시 틀렸다는 확신이 앞섰다. 조선 후기의 수많은 정치적 혼란과 환국, 숙청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타났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논쟁이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대립으로 변질된 셈이다.
물론 조선의 붕당정치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의견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논쟁은 토론이 아니라 전쟁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진영 대립은 물론이고, 인터넷 공간과 유튜브, 심지어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계를 끊고, 상대의 말은 듣지 않은 채 자기 편의 주장만 소비한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분열의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열은 정치권만의 문제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접판매업계 역시 크고 작은 분열의 역사를 반복해 왔다. 사업자 조직 간 갈등과 이합집산은 지금도 업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나의 조직이 성장 과정에서 갈라지고,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조직을 구축한 뒤 또다시 분열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뿐일까? 분열은 사업자 조직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경영진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한다. 경영진들의 분열은 곧장 사업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분열은 언제나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조선의 붕당정치가 남긴 교훈도, 오늘날 정치권의 갈등이 보여주는 모습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분열은 시작된다. 직접판매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경쟁은 산업을 성장시키지만 분열은 산업을 약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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