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보호하다 시장 잃은 방판법
지난 7월 1일 2025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가 발표됐다. 2024년보다 소폭 줄어들어 약 4조 5,000억 원에 그쳤다. 3년 연속 하락이다. 정보 공개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의 다단계판매 시장이 역동성을 잃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의 다단계판매 기업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시장이었다. 문만 열면 매출이 폭발하고, 판매원들이 줄을 서면서 벤처 거품이 꺼진 테헤란로를 지탱해낸 주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로지 소비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춘 방문판매법으로 인해 판매원의 이익과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면서 활력 넘치던 판매원들이 다단계판매업계를 떠나기 시작했다.
방문판매법과 공제조합 등의 안전장치로 인해 과거 사회문제가 됐던 피라미드 사기와 소비자 피해가 크게 줄어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30년 전에 옳았던 정책이라고 해서 지금도 옳고, 앞으로도 옳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공한 정책일수록 새로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 정부의 다단계판매 관련 정책은 소비자 보호에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시장의 활력과 경쟁력을 잃었고, 이제는 판매원까지 잃고 있다. 제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기업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수많은 개인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 기회가 사라진 시장은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경쟁 구조다. 현재 시장은 암웨이, 뉴스킨, 허벌라이프 등 초기 선점 기업과 이후 성장한 일부 기업에 매출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후발 기업은 시장에 진입해도 차별화할 방법이 거의 없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중심의 제품은 대부분 비슷하고, 보상체계 역시 법이 사실상 획일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해야 할 요소가 모두 묶여 있으니 결국 브랜드와 기존 조직 규모가 승패를 좌우한다. 소비자를 보호하려던 규제가 결과적으로 기존 강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설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민국은 근로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이라는 ‘하한선’을 둔다. 그런데 다단계판매에서는 판매원의 소득을 결정하는 후원수당에 ‘상한선’을 둔다. 과연 국가가 기업 간 경쟁 방식과 개인의 소득 기회까지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오늘날에도 가장 적절한 규제 방식인가.
정부가 막아야 할 것은 높은 후원수당 자체가 아니다. 허위 수익 광고와 과장된 성공담, 불법 모집, 소비자 기만이다. 기업이 어떤 보상체계를 선택하든 그것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약속대로 지급되며, 실제 판매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면 시장의 선택에 맡길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규제의 초점은 ‘얼마를 지급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모집하고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에 맞춰야 한다.
일부 국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보상체계를 신고하고, 신고한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엄격히 제재하는 방식을 운영한다. 우리가 해외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필요는 없지만, 규제의 방향이 사전 통제에서 사후 책임과 투명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방문판매법은 지난 30년 동안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그 성과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소비자를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혁신하고, 후발 업체와 경쟁하며, 판매원이 더 많은 소득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제도로 진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와 산업 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대한민국 방문판매법도 보호의 시대를 넘어 경쟁과 성장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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