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끝났지만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국민의 감염병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6 상반기 감염병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신종 감염병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응 역량 강화와 취약계층 보호 필요성에도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은 단순히 감염병에 대한 공포만 남긴 것이 아니다. 건강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관점 자체를 바꿔 놓았다. 예방 중심 건강관리, 면역력에 대한 관심, 건강정보 탐색 행동, 건강기능식품 소비 확대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감염병
조사 결과 국민들이 가장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재난은 국가안보·전쟁 재난(45.1%)이었다. 이어 기후 관련 재난(41.7%), 신종 감염병 대유행(36.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종 감염병이 단순한 보건 이슈를 넘어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전쟁이나 기후위기와 함께 감염병을 가장 위협적인 재난으로 꼽았다.
세대별 차이도 흥미롭다. 40대 이상에서는 신종 감염병 대유행을 위협적인 재난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40% 안팎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20~30대는 각각 26.3%, 28.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세대일수록 감염병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층은 감염병이 단순 감염을 넘어 중증화와 사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위험성을 더욱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코로나19는 감염 자체보다 기저질환 보유 여부와 연령이 건강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이러한 경험은 국민들의 건강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질병 발생 이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과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행동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면역력, 장 건강, 항산화, 비타민 제품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역시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감염병은 사라졌지만 건강을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은?
국민들은 감염병 유행 시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만성질환자와 고령층을 꼽았다.
조사에 따르면 만성질환자가 취약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5.6%, 고령층은 95.4%에 달했다. 특히 ‘매우 취약하다’는 응답도 각각 74.9%, 75.9%로 조사 대상 집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영유아 및 아동(94.2%), 임신부(93.8%), 의료기관·요양시설 종사자(88.3%), 장애인(86.0%), 저소득층(85.7%)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취약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매우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 7개 집단 모두에서 70% 이상이 취약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감염병 예방을 개인위생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취약계층 보호와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진 것이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는 고령층, 만성질환자, 여성, 어린이 등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건강을 증진하는 제품을 넘어 생애주기와 건강 상태에 맞춘 개인화 전략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노년층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감염병 취약계층으로 고령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점은 건강관리 산업이 예방 중심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에 더욱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
더 강한 방역보다 더 준비된 시스템
감염병 대응을 위해 가장 강화해야 할 역량에 대한 질문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들은 감염 진단검사와 역학조사, 격리의 신속성과 관련된 공중보건 체계 역량(46.4%)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어 생명과학기술 연구개발 역량(45.9%), 정보 제공과 소통 역량(45.2%)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시스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는 점이다.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 수급과 거리두기 정책이 주요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신속한 진단체계, 백신과 치료제 개발, 정확한 정보 전달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 제공과 소통 역량이 연구개발 역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난 것은 의미가 크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과학적 사실보다 가짜뉴스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더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다. 국민들은 감염병 대응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경험적으로 학습한 것이다.
건강기능식품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 광고 문구만으로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과학적 근거와 임상자료, 기능성 정보, 안전성 데이터 등을 적극적으로 확인한다. 건강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 역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 역량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남은 과제는 국민과 소통
이번 조사에서 방역당국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이 공중보건 위기로부터 국민을 잘 지키고 있다’는 응답은 82.2%에 달했다. 또한 정부의 감염병 대응 노력을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80.6%는 정부가 대비와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초기 혼란과 갈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신뢰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지점도 있다. 정부의 대응 노력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6%에 그쳤다. 절반 가까운 국민은 정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18~29세의 인지도는 41.2%로 가장 낮았다.
이는 앞으로 감염병 대응에서 단순한 정책 수립뿐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우수한 정책과 기술이 있어도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최근 식약처 역시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에서 소비자 대상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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