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끝났나, 직접판매업계에선 ‘신뢰경영’으로 진화
공정위 2025년 주요정보 공개…매출 정체 속 투명성·교육·소비자 보호 중요성 커져

ESG가 한때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최근에는 이전과 같은 열기를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ESG가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여주기식 캠페인이나 선언 중심의 ESG에서 벗어나, 기업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직접판매업계에서 ESG는 친환경 포장재나 사회 공헌 활동에만 머물 수 없다. 제품을 판매하는 주체가 독립 판매원이고, 소비자와의 접점이 사람을 통해 형성되는 산업 구조상 ESG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 판매원 교육, 후원수당 정보의 투명성, 준법경영으로 연결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는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다단계판매 시장의 총매출액은 4조 5,141억 원으로 전년 4조 5,373억 원보다 0.51% 감소했다. 반면 후원수당 총액은 1조 5,115억 원으로 전년 1조 5,099억 원보다 0.11% 증가했다. 다단계판매업자 수는 105개에서 112개로 늘었고, 등록 판매원 수도 689만 명에서 695만 명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줄었지만 업체 수와 판매원 수, 후원수당 총액은 소폭 늘어난 셈이다.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참여자가 늘어난 만큼, 직접판매기업에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매출보다 중요한 ‘정보의 투명성’
직접판매업계에서 ESG를 논할 때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후원수당 구조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5년 후원수당을 한 번이라도 지급받은 다단계판매원은 약 110만 명으로 전체 등록 판매원의 15.9% 수준이다.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 중 상위 1% 미만 판매원의 연평균 수령액은 7,342만 원이었지만, 나머지 70%의 연평균 수령액은 8만 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직접판매업계가 판매원 모집과 교육 과정에서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일부 상위 판매원의 성공 사례만 부각하는 방식은 신규 판매원에게 현실과 다른 기대를 심어줄 수 있다. 반대로 후원수당 수령 비율, 수령자 내부의 수당 분포, 활동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등을 균형 있게 설명하면 산업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수 있다.
시장 집중도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한국암웨이, 애터미 등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7%에 달한다. 이들 상위 10개사의 등록 판매원 수도 전체 등록 판매원 수의 약 73%를 차지했다. 대형 업체 중심의 시장 구조가 이어지는 만큼 주요 기업들의 교육·준법·소비자 보호 체계는 산업 전체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직접판매 ESG의 중심은 ‘사람’
일반 제조·유통업에서 ESG가 탄소배출, 공급망, 노동, 이사회 구조 등으로 평가된다면, 직접판매업계에서는 판매원 관리와 소비자 접점 관리가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직접판매는 회사가 만든 제품과 제도를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소비자는 판매원의 말을 통해 제품과 회사를 이해하는 구조다. 결국 회사의 ESG 수준은 현장에서 판매원이 어떤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통해 드러난다.
이 때문에 판매원 교육은 단순한 영업 지원이 아니다. 제품 교육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기본 장치이고, 윤리 교육은 과장 광고와 불완전판매를 예방하는 내부통제 수단이다. 보상플랜 교육 역시 고수익 가능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수당 구조와 활동 조건을 충분히 설명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건강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처럼 소비자 일상과 밀접한 품목이 주요 판매 대상인 만큼 제품의 기능, 섭취·사용 방법, 표시·광고 기준에 대한 교육은 산업 신뢰와 직결된다. 공정위도 2025년 주요 취급품목으로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제시했으며, 매출 상위 10개사 기준 건강식품 비중이 60%라고 밝혔다.
온라인 홍보 확산도 직접판매업계의 ESG 과제를 넓히고 있다.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숏폼 영상 등 판매원 개인의 온라인 활동이 소비자 판단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품 효능을 단정적으로 표현하거나 수익 가능성을 과장하는 문구는 회사 공식 광고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와 신규 판매원에게 오인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교육자료, 금지 표현 가이드, 사후 모니터링 등 실질적인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ESG는 캠페인이 아닌 관리 체계
직접판매업계의 ESG는 상장 대기업 중심의 공시 논의와 같은 방식으로만 접근하기 어렵다. 업계 특성상 소비자 보호, 판매원 보호, 정보 투명성, 준법경영이 더 직접적인 지속가능성 지표가 될 수 있다.
결국 2025년 주요정보 공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매출이 소폭 감소한 가운데 업체 수와 등록 판매원 수가 늘어난 시장에서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관리가 중요하다. 후원수당 수령 비율과 수령액 편차가 확인된 만큼, 판매원 모집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ESG는 끝난 것이 아니다. 직접판매업계에서 ESG는 소비자 보호, 판매원 교육, 후원수당 정보의 투명한 안내, 온라인 홍보 관리, 준법경영이라는 더 구체적인 이름으로 바뀌고 있다. 친환경 캠페인이나 사회 공헌 활동도 필요하지만,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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