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안 오고, 노인은 떠나고
불황에 규제까지, 사면초가 몰린 다단계

5조 원 규모 시장으로 평가받던 다단계판매업이 성장세를 잃어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단계판매업이 포함된 무점포 소매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무점포 소매업 매출은 2022년 124조 2,220억 원에서 2025년 142조 6,768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온라인 쇼핑과 라이브커머스 등 역시 성장 지표를 보였다.
반면, 다단계판매업은 2022년 5조 4,166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성장 흐름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규제 환경과 경쟁력 약화, 판매원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회사 옥죄는 규제환경
업계에서는 ‘방문판매법’의 강력한 규제 환경이 시장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방문판매법상 후원수당 지급률 제한이 판매원 유인책을 약화시키고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본래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제정됐지만, 최근 이 때문에 불법과 편법행위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실제로 상위 리더급 판매원들에게는 법망을 교묘히 피한 ‘우회지급(초과 수당 꼼수 지급)’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회원 이탈을 막고 신규 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이 택한 우회지급의 수법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려운 해외 창구와 관계사가 주로 동원된다.
이러한 수당 우회지급은 연간 후원수당 지급 상한(35%)을 초과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럼에도 업계에 만연한 까닭은 거래가 주로 해외에서 이뤄져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대로 된 실태 조사나 제재가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대 공제조합 역시 후원수당 초과 지급 자체를 공제계약 해지 사유로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묵은 규제가 오히려 사업자들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회지급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은 35% 상한제 때문”이라며, “물가 상승률과 유통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수당률 상한을 단 5%만 현실화해도 편법이 줄고 업계 전체가 훨씬 활발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떠나가는 판매원…젊은 세대는 ‘외면’
다단계판매업계의 또 다른 고민은 판매원 감소다. 과거 다단계판매는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업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과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사업자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활용한 개인 브랜딩, 온라인 쇼핑몰 운영, 제휴마케팅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이 등장하면서 다단계판매만의 사업적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2018년 900만 명을 넘어섰던 판매원 수는 2025년 695만 명까지 감소했다. 한때 ‘판매원 1,000만 시대’가 거론됐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간 셈이다.
한 판매원은 “예전에는 사업 설명만 해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SNS, 온라인 쇼핑몰 등 선택지가 많아 신규 판매원을 모집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며 “리크루팅하는 것이 과거보다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유입 감소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과거에는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조직을 확장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대면 관계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정보 획득과 소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신규 판매원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존 판매원의 고령화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차별점 부족한 제품
K-뷰티의 성장으로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누리던 제품 경쟁력의 차별성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다단계판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프리미엄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이 일반 유통채널(올리브영, 다이소 등)에서도 쉽게 구매 가능해지면서 희소성이 크게 약화됐다는 시각이다. 또 제품 정보를 온라인 리뷰와 SNS 콘텐츠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판매원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역시 크게 상승하는 사이, 직접판매업계가 가져온 파이가 많지 않다. 실제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9년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합쳐 17.9%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6.6%(방문판매 2.8%, 다단계판매 3.8%)로 7년간 11.3%p 하락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배 가까이 커졌지만, 다단계판매 점유율은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시 차별점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제품력은 일반 유통되는 제품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지만, 제품 경쟁력을 높이려면 지속적인 개발은 필수”라며 “이런 개발에 대한 비용은 미래에 고스란히 매출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유통 환경 변화와 규제, 인력 구조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직접판매가 가졌던 경쟁 우위가 약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시장 축소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