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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는 왜 필요한가?

  • 기사 입력 : 2026-07-09 13:57:55
  • 수정 시간 : 2026-07-09 14: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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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다단계판매업자 주요정보에 따르면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 규모는 4조 5,141억 원으로 전년보다 0.5% 감소했다. 수년째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면서 판매원들 사이에서는 ‘이제 안 되는 시장인가?’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판매원들은 다단계판매 시장 침체의 원인을 후원수당 상한선에서 찾는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의욕을 떨어뜨리는 데다, 판매원에게 지급하는 현금 수당뿐만 아니라 여행과 행사, 심지어는 생수 한 병까지 후원수당으로 볼 수 있다는 말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분위기다. 그러잖아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던 참에 그만둬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공한 셈이다. 

후원수당 상한을 도입할 당시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과도한 모집 경쟁을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당시의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모든 규제는 도입 시점만이 아니라 유지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그 필요성과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규제만 그대로라면 정책은 목적이 아니라 관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공제조합 제도와 정보공개 등 다수의 소비자 보호 장치가 정착했고, 기업들의 준법 경영 수준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소비자 피해 보상을 위해 설립된 공제조합의 실제 보상 사례가 최근 몇 년간 거의 없었다는 점은 업계의 자정능력이 과거보다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공제조합 제도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규제를 대폭 완화하더라도 큰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욱이 35% 수당 상한선이 소비자 보호 또는 피해와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입증할 수 없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규제들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접근해 대폭 풀어주는 것이 경제정의라는 대의 명제에도 부합한다. 

특히 교육후원비까지 후원수당에 포함하는 것은 판매원에 대한 착취 구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공무원의 경우 교육을 받게 되면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을 지급한다. 회사원도 직무 연관 교육은 근로시간에 포함되고, 근무 시간 외에 교육을 받을 경우 통상임금의 1.5배에 달하는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작동하는 국가에서 다단계판매원이라는 이유로 교육훈련비를 후원수당에 포함해 오히려 돈을 내고 교육을 받는 구조가 과연 헌법에 합치하는지도 분명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행사장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한 사은품이나 제품까지 후원수당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니 판매원들이 가질 허탈감과 박탈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제 다단계판매산업의 경쟁력은 더 많은 사람을 모집하는 데 있지 않다. 판매원을 얼마나 전문적으로 육성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법률과 윤리, 소비자 보호, 디지털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키우는 산업으로 전환하려면 기업 역시 교육과 인재 육성에 더 많은 투자와 다양한 보상 체계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교육비를 후원수당에 포함시킨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규제 완화는 차치하고 왜 규제하는가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면 규제 역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정책의 책임이며, 그것이 성숙한 시장을 대하는 성숙한 정부 당국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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