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선 글로벌 처방약 시장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7-09 13:58:30
  • 수정 시간 : 2026-07-09 14:17:16
  • x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식약정보>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약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축소되면서 한동안 성장 둔화가 예상됐지만, 실제 시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히려 비만치료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등 혁신 신약이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처방약 시장은 다시 한번 고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최근 소개한 글로벌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
(Evaluate)‘2026년 세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처방의약품 시장은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변화는 건강기능식품산업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 소비자의 건강관리 방식이 질병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역할도 더욱 세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혁신 신약이 시장 성장 이끌어
글로벌 처방약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혁신 신약의 등장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등장하더라도 특정 질환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 하지만 최근 개발되는 신약은 적용 질환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GLP-1
은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었지만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 영역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심혈관질환 예방, 만성 신장질환, 지방간 질환 등 다양한 적응증 연구까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하나의 약물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는 플랫폼 의약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밸류에이트는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성분 의약품인
마운자로(Mounjaro)’제프바운드(Zepbound)’2032년까지 합산 7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의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릴리가 개발 중인 경구용 GLP-1 치료제까지 포함하면 이들 세 제품만으로도 2032년 글로벌 매출 상위 10개 의약품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특정 기업의 성공 사례를 넘어 의약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만성질환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 대사질환 확산이라는 세계적인 보건환경 변화가 의약품 수요를 꾸준히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소비자들은 질병이 발생한 이후 치료받는 것뿐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데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건강관리 생태계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비만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성장 동력
최근 언론에서는 GLP-1 치료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글로벌 처방약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장 동력은 훨씬 다양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면역질환 치료제다
.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크론병, 아토피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은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치료 기간도 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면역조절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면역조절제가
2032년까지 연평균 약 10% 성장하며 대사·내분비 치료 분야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애브비의 스카이리지는 20323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의약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제 분야 역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는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와 강력한 항암제를 결합한 기술로 기존 항암제보다 치료 효율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보고서는 다이이치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ADC 항암제 엔허투가 적응증 확대를 바탕으로 2032년 세계 매출 상위권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글로벌 처방약 시장은 특정 질환 하나가 아니라 비만
, 면역질환, 암 등 만성질환 전반에서 혁신 기술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성장 기반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허 만료는 위기이면서 또 다른 기회
흥미로운 점은 시장이 성장하는 동시에 대규모 특허 만료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약은 일정 기간 특허를 통해 독점 판매가 가능하지만 특허가 끝나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시작된다
. 이는 기존 제약사에는 위기지만 후발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가 된다.

이밸류에이트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특허 만료에 따라 5,000억 달러 이상의 처방약 매출이 경쟁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매출 의약품인 키트루다는 2028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애브비 역시 린보크와 스카이리지 특허 만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대형 제약사들의 전략도 바꾸고 있다
.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유망 바이오벤처를 인수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보고서는 최근 대형 제약사들의 인수합병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2026년에는 연간 거래 규모가 약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허 만료와 기술혁신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는 앞으로도 글로벌 제약 시장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
글로벌 처방약 시장의 성장세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GLP-1 치료제나 면역질환 치료제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명확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단순히 기능성을 강조하기보다 인체적용시험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예방 중심 건강관리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 의약품은 질병 치료를 담당하고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와 위험요인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비만, 혈당, 혈압, 장 건강, 근감소증 등 만성질환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생활습관 개선과 기능성 식품의 역할이 함께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소재 개발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제약사들이 혁신 신약 개발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처럼 건강기능식품 산업도 차별화된 기능성과 임상 근거를 확보한 개별인정형 원료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세계 처방약 시장은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그러나 그 성장의 본질은 단순히 의약품 판매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과 관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통합적인 헬스케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