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 다시 쓰는 국내 의약품산업 성장 공식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국내 의약품 산업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2025년 의약품 생산실적은 처음으로 33조 원을 넘어섰고, 수출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생산과 수출, 무역수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내 제약산업은 명실상부한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번 식약처의 2025년 의약품 생산실적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변화는 생산 규모 자체보다 산업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생산을 이끄는 품목이 달라졌고, 수출을 견인하는 국가가 바뀌었으며, 시장의 중심축 역시 일반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한 성장 이상의 변화
식약처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33조 8,466억 원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1998년 생산실적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5년 동안 생산 규모는 25조 원대에서 33조 원대로 꾸준히 확대되며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GDP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 규모 자체는 거의 정체돼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31조 7,0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0.03%에 불과했다. 생산은 크게 늘었지만 국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이번 생산 확대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생산 경쟁력 강화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생산 증가를 이끈 것은 완제의약품이었다. 완제의약품 생산은 29조 5,028억 원으로 전체 생산의 87.2%를 차지했으며 전문의약품 생산 역시 25조 5,206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원료의약품 생산은 소폭 감소했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이 단순히 원료를 공급하는 산업에서 완성도 높은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통계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변화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점이다.
전문의약품 생산은 전년보다 5.3% 증가한 반면 일반의약품은 오히려 6.0% 감소했다. 완제의약품 가운데 전문의약품 비중은 86.5%까지 확대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국내 제약 시장은 감기약이나 소화제 같은 일반의약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항암제와 면역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바이오의약품 등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술집약적인 전문의약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 품목 순위 역시 이러한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생산 상위 품목 대부분이 바이오시밀러나 항암제, 성장 호르몬 등 전문의약품으로 채워졌으며 일반의약품은 일부 소화제와 관절염 치료제 정도만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일반의약품은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 경쟁이 심한 반면 전문의약품은 특허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산업으로 자리 잡은 제약·바이오
2025년 의약품 수출은 104억 3,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입은 89억 3,219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 폭이 더 커 무역수지는 15억 581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의약품산업 역사상 가장 큰 흑자 규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산업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공급되면서 생산 확대가 곧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최대 수출국 자리를 유지했고, 스위스와 네덜란드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처방 증가가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의약품 수출이 특정 품목이나 특정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까지 수출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다.
무엇보다 이번 수출 증가가 일시적인 환율 효과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빠르게 이동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이다. 2025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7조 214억 원으로 처음 7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11.2%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도 10.3%에 달한다. 국내 의약품 전체 생산 증가율(3.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동력이 이제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산 확대를 이끈 것은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이다. 생산액은 4조 1,890억 원으로 바이오의약품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43.5% 증가하면서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인정받으면서 해외 수요가 꾸준히 확대된 결과다.
생산 품목을 살펴봐도 변화는 분명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원액과 스테키마프리필드주, 허쥬마 원액, 베그젤마주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대웅제약의 나보타주와 LG화학의 유트로핀에스펜주도 높은 생산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스테키마프리필드주는 전년 대비 359.6%, 허쥬마 원액은 367.8% 증가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를 상징하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국내 생산 상위 품목은 전통적인 합성의약품보다 바이오의약품이 주도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수출 구조 역시 바이오의약품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7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의약품 수출의 약 73%를 차지했다. 의약품 수출액 10달러 가운데 7달러 이상이 바이오의약품에서 발생한 셈이다. 특히 미국과 스위스, 네덜란드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처방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이 단순한 의약품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바이오 공급망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수입 시장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급성장이다.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위고비와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공급되면서 관련 의약품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위고비는 단일 품목 기준 수입 1위를 기록했고, 비만치료제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수입액은 전년보다 530% 이상 증가했다. 이는 비만 치료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만성질환 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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