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축구협회가 될 것인가 양궁협회가 될 것인가
‘협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설립하고 유지해 나가는 단체다. 보통 소속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공동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연구해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협회도 있지만, 그 영향력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스포츠다. 선수들의 성적만큼이나 협회의 운영 방식도 국민의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곳은 대한축구협회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을 비롯해 세계적인 수비수로 평가받는 김민재, 공격의 활로를 만들어내는 이강인 등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과 본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32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웠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패하며 허무하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물론 축구 경기에서 패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인 강팀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우승 후보도 한 경기 만에 짐을 싸는 것이 스포츠다. 문제는 패배 그 자체보다 그 과정이 얼마나 납득할 만했느냐는 데 있다. 준비 과정이 투명했고 최선의 선택이 이뤄졌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비판의 양상은 달랐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반대의 평가를 받는 곳도 있다. 바로 대한양궁협회다.
대한민국 양궁이 처음부터 세계 최강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나 세계적인 선수라도 이름값만으로 국가대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모두가 같은 선발전을 거쳐 현재의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대한양궁협회의 경쟁력은 선수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선발 과정의 공정성에서 나온다. 훈련시설과 장비, 과학적 분석, 국제대회 적응 등 선수들이 실력 발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선수 선발에서는 이름이나 과거 성적보다 정해진 원칙과 현재의 기량을 우선한다.
결국 좋은 협회는 선수 대신 경기를 뛰어주는 조직이 아니다.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조직이다. 공정한 경쟁의 기준을 세우고,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며,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다.
이 기준을 직접판매산업에 대입하면 어떨까.
현재 직접판매산업을 둘러싼 과제는 적지 않다. 시장은 수년째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고, 시대 변화와 맞지 않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젊은 세대와의 접점 부족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혼자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 기업이 정부와 국회, 소비자를 상대로 산업 전체를 설명하기도 어렵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서 공동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기업마다 사업 규모와 판매 방식, 주력 제품이 다른 만큼 각자의 입장만 앞세우다 보면 산업 전체의 방향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이럴 때 협회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객관적인 자료와 논리를 통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산업에 대한 오해가 확산될 때는 앞장서 설명해야 한다.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는 지속적으로 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0월에는 제18차 WFDSA 직접판매 세계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 세계 직접판매 관계자들이 한국에 모이는 행사는 국내 산업의 위상을 알리고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
다만 국제 행사가 국내 산업의 현안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 보여줄 행사를 준비하는 것만큼 업계에서는 국내 회원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협회는 회원사를 대신하는 조직이 아니다. 기업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시장의 판을 만드는 조직이다.
잘하는 기업은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분명한 원칙을 적용하고 회원사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축구협회가 될 것인가, 양궁협회가 될 것인가. 그 답은 협회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회원사와 판매원, 소비자가 체감한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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