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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업체만 규제해선 소비자 보호 어렵다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06 15:08:48
  • 수정 시간 : 2026-08-06 15: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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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는 제도권 편입, 베트남은 불법 영업 추적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다단계판매 시장의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등록업체뿐만 아니라 법망 밖에서 영업하는 불법 피라미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몬태나주는 미신고 다단계판매기업에 자진신고 기회를 제공해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고 있고, 베트남은 등록업체 점검과 함께 불법 다단계 단속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등록 단계부터 높은 자본금과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후원수당 산정 기준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등록 이후에도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등록 업체에 비해 불법 업체에 대한 단속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신고 기업에 벌금 감경 기회 준 몬태나주
몬태나주 증권보험청은 지난 7월 2일 주 정부에 필요한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 중인 다단계판매기업을 대상으로 한시적인 자진신고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몬태나주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려는 다단계판매기업은 최초 신고와 연례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 과정에서는 사업 운영방식과 보상구조, 소비자 보호정책 등에 관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몬태나주 당국에 적법하게 신고한 기업은 약 30개사에 불과했다. 당국은 수백 개의 다단계판매기업이 필요한 신고 없이 몬태나 주민을 대상으로 영업하거나 판매원을 모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기존 규정에 따르면 신고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는 위반 건당 최대 5,000달러의 벌금과 영업 중지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몬태나주는 미신고 업체가 당국의 통보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거나, 통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오는 8월 31일까지 자진신고하면 벌금을 1,500달러로 낮춰주기로 했다.

법을 위반한 사실을 눈감아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어떤 기업이 영업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들을 당국의 감독과 소비자 보호체계 안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자진신고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는 미신고 기업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몬태나주 감사원장 겸 증권보험청장인 제임스 브라운은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적법하게 영업하는 기업과 불법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을 구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고 기업 명단을 공개해 주민들이 가입 전 해당 기업의 합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 등록하는 순간 촘촘한 규제 적용
한국의 다단계판매업 등록제는 몬태나주의 신고제보다 훨씬 촘촘하다. 방문판매법에 따라 다단계판매업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관할 시·도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려면 5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증명서류, 후원수당 산정·지급 기준, 재고관리와 판매방식에 관한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등록 후에도 사업 운영에 대한 제약이 이어진다. 다단계판매업자가 판매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후원수당 총액은 판매원에게 공급한 재화 가격 합계액의 35% 이내로 제한된다. 회사와 판매원은 거짓·과장된 소득 설명이나 모집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계약과 청약철회, 환불, 교육, 광고 등에 관한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작부터 5억 원을 준비해야 하는 사업이면 외국계 기업이 아닌 이상 국내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업체는 등록 절차부터 벽을 마주하는 격”이라고 다단계판매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등록업체의 매출액과 판매원 수, 후원수당 지급액, 재무정보, 환불·반품 현황과 법 위반 조치 내역 등을 공개한다. 2025년 말 등록업체 가운데 공정위가 주요 정보를 공개한 정상 영업 사업자는 112개사였다.

등록업체는 공정위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공제조합의 관리도 받는다. 법령이나 공제규정이 바뀌면 전산시스템과 보상플랜, 영업정책, 교육자료를 수정해야 하고, 판매원 역시 광고와 SNS 활동, 사업설명 과정에서 각종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합법적으로 사업하기 위해 등록한 순간 회사와 판매원 모두 촘촘한 관리체계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베트남, 등록업체 관리와 별도로 의심 사업모델 추적
몬태나주가 미신고 기업에 자진신고 기회를 제공해 제도권 편입을 유도하고 있다면, 베트남은 등록업체에 대한 관리·감독과 별도로 다단계판매 관련성이 의심되는 사업모델을 추적하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국가경쟁위원회는 2025년 경찰과 협력해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모델 41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실관계를 검증했다. 이와 별도로 범죄 혐의가 포착된 다단계판매 관련 사건 9건을 관할 수사기관에 넘겼다.

의심 사업 가운데 일부는 무등록 다단계판매 영업뿐만 아니라 전산망이나 통신수단을 이용한 재산 편취, 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 절차가 진행됐다. 베트남 당국은 등록업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점검반을 운영해 2025년 6개 기업을 제재하고 총 13억 동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베트남은 다단계판매업체에 엄격한 허가 요건과 관리제도를 적용하는 국가다. 그럼에도 이미 허가받은 기업을 점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과 협력해 제도 밖에서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모델을 별도로 추적했다.

이는 등록업체 관리와 미등록·변종 사업 단속이 서로 대체할 수 없는 별개의 규제 과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아무리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등록업체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더라도, 행정기관이 제도 밖의 조직과 보상구조를 능동적으로 찾아내지 않으면 실제 소비자 피해 위험이 큰 사업을 조기에 포착하기 어렵다.

몬태나주와 베트남의 제도와 규제 수준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두 사례 모두 이미 파악된 합법 사업자만 관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당국의 감독망 밖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를 찾아내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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