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의약품 시장의 중심
<글로벌 헬스&뷰티 시장 분석 73> - 케냐 제약 시장

최근 아프리카 대륙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급격한 도시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산업의 새로운 신흥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케냐는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높은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탈피하고 국가 보건 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강력한 ‘수입 대체 및 현지 제조산업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프리카 제약 시장은 인구 성장, 도시화, 중산층 확대로 인해 2030년까지 약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전망된다. 아프리카 각국의 지도자들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현지 제조를 대륙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일례로, 2026년 2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제39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서는 2040년까지 역내 보건 제품 수요의 최소 60%를 현지 제조로 충족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 중 케냐의 제약 시장 규모는 약 12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아프리카 최고 수준이나,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이에 케냐 정부는 ‘바이 케냐 빌드 케냐(Buy Kenya Build Kenya)’ 캠페인과 ‘국가 현지 제조 전략(2026-2030)’을 통해 현지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생산 연계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케냐 의약품 수요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도시화에 따라 현대식 의료 시설(병원, 클리닉, 약국 등)의 유통망이 농촌 외곽까지 확장됐으며, 원격 의료 및 모바일 헬스 앱 등 디지털 보건 기술의 확산으로 의약품 접근성과 전달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과거 감염성 질환(말라리아, 결핵, HIV 등) 중심이었던 발병 패턴이 만성 질환(당뇨, 고혈압, 암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장기 관리를 위한 비용 효율적인 전문 의약품 수요가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케냐 정부는 보편적 의료 보장 달성을 위해 2026/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대규모 보건 예산(약 13억 7,000만 달러)을 배정했으며, 백신 프로그램 지원 및 케냐 의약품 공급청(KEMSA)의 의약품 재고 확보(약 1억 6,100만 달러) 등을 통해 공공보건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제네릭과 오리지널 의약품 뚜렷하게 구분
케냐는 40개 이상의 기업으로 구성된 제조 기반을 갖추고 있어 필수 의약품(액제, 정제, 캡슐, 크림 등)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원료 의약품 제조 역량의 부재로 원료를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국내 소비 의약품의 약 70%가 수입산(현지 제조 공급률 30%)이다. 특히 인도가 전체 수입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의약품 소비 범주별로 살펴보면 항바이러스제(28%), 항균제(16%), 면역 제제(12%)가 전체 시장 가치의 56%를 차지하여 상업적 잠재력이 가장 높다. 의약품 형태별로는 고형제(Solids)가 전체 시장 가치의 50%를 차지하나, 실질적인 소비 수량(빈도) 기준으로는 액제(Liquids)가 40% 이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된다.
특히 케냐 제약 시장의 의약품 소비 트렌드는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된다.
시장 전반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 제네릭이 지배적이나, 첨단 치료제 분야 및 민간 병원에서는 오리지널 브랜드 의약품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먼저, 제네릭 의약품은 높은 가격 적정성을 바탕으로 공공 부문과 농촌 및 소외 지역에서 선호도가 높으며, 주로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의 장기 치료 목적으로 널리 소비된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임상적, 규제적 측면에서 높은 신뢰도를 갖추고 있어 현지 의사들의 처방 선호도가 매우 높다. 주로 종양학, 면역학, 백신 등 정밀한 관리가 요구되는 첨단 치료제 분야에서 주력으로 사용되며, 특히 민간 병원 의약품 판매액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확고한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케냐 보건의료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민간 병원 약국 내 오리지널 브랜드 의약품은 제네릭보다 가격이 3~8배 높음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보건 안보를 국가 산업 정책과 연계
케냐는 의약품 수입에 약 5억 8,500만 달러 규모를 지출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필수 보건 제품 확보에 위기를 겪은 이후, 케냐 정부는 보건 안보를 국가 산업 정책과 본격적으로 연계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가 현지 제조 전략(2026-2030)’을 수립하고, 현지 제조 제품 우선 조달, 승인 기간 및 비용 단축을 위한 규제 개혁, 케냐개발공사 등을 통한 장기 자금 조달 확대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2028년까지 제약 자급자족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부가가치와 생산 규모에 따라 제조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생산 연계 인센티브’ 패키지다. 정부는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신규 제약 제조사에 최초 10년간 10%의 인하된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기계류 수입 관세 면제 및 현지 조달 품목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을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재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보조금 지급, 공공 조달 시 현지 제품 우선 매입 정책을 병행하여 투자자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가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경제특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가상 EPZ/SEZ 모델’과 기술 이전 및 친환경 제조 인센티브를 도입하여 다각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단순한 수입 완제품 재포장 단계를 넘어,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의 직접 생산과 바이오 분야로의 전환도 추진 중이다. 정부 지원 하에 개발 2단계에 진입한 케냐 바이오백스 연구소(Kenya BioVax Institute)는 현재 충전 및 마감 공정(Fill & Finish) 역량을 구축 중이며, 2027년 말까지 현지 제조 백신의 첫 시험 배치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막대한 외화 유출을 야기하던 인슐린과 항암 바이오시밀러의 국산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글로벌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성숙도 레벨 3(Maturity Level 3) 달성을 목표로 국가 규제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케냐 약사 및 독극물 위원회(PPB, Pharmacy and Poisons Board)는 아프리카의약품청과 협력해 제약 문서 표준화를 추진함으로써 필수 의약품의 등록 및 승인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산업 육성 정책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현지 조달 확대 및 제네릭 전환 유도에 힘입어, 2025년 1~9월 제약 수입 지출액은 약 4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6억 1,000만 달러 대비 22% 감소했다. 특히 2025년 3분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1% 급감한 약 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저치를 달성했다. 이 같은 수입 대체 트렌드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민간 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최근 제약 부문에 약 769만 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현재 현지 시장에서는 기존 31개 제조사 외에도 10개의 신규 기업이 최첨단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케냐의 제약 제조 생태계는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지난 10년간(2014~2023) 9개의 전 공정 제조 시설, 5개의 위탁 제조업체, 1개의 재포장 시설 등 총 15개의 신규 제조 공장이 추가되며 역대 가장 빠른 성장기를 기록했다. 단순 완제품 제조 중심에서 벗어나 위탁 제조와 전문 지원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체 제약 가치사슬이 강화되고 제조 효율성 또한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케냐의 투자 매력도를 한층 높이고 있으며, 2028년 자급자족 목표가 달성되면 케냐는 단순 의약품 순수입국에서 벗어나 동아프리카 지역 블록 전체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독보적인 제약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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