헴프로 새로운 시장을 설계하는 직접판매업계
대마는 미래 원료가 될 수 있을까?(하)

글로벌 헴프 산업이 식품과 화장품을 넘어 섬유, 생활용품, 바이오 소재 등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직접판매업계에서도 헴프를 새로운 성장 소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CBD를 비롯한 대마 유래 성분에 대한 규제가 여전히 엄격하다. 그러나 헴프씨드와 대마종자유, 헴프 섬유 등 합법적인 활용 영역까지 닫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국내 직접판매기업들은 헴프를 건강식품과 헬스·뷰티,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에 접목하며 시장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해외에서 성장한 CBD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국내 법과 소비환경에 맞춰 헴프의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다. 최근 국내 직접판매업계는 단순히 ‘규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허용된 영역에서 시장을 만들고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해 사업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지난 5월 더클라세움은 창립 5주년을 맞아 ‘국내를 넘어, 세계로(Beyond Korea to the World)’를 주제로 글로벌 사업 확대 비전을 제시하면서 헴프를 주요 차별화 요소 가운데 하나로 내세웠다. 회사 측은 헬스와 뷰티 분야에서 헴프 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몽골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홍콩, 중국 등으로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헴프를 단순한 제품 원료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K-뷰티와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술과 헴프 원료를 결합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댄다코리아 역시 헴프를 제품 차별화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회사는 헴프 섬유에 나노 구리 입자를 코팅한 기능성 소재 ‘헴프 텍스’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의류 제품 ‘테라 헴프’를 선보였다. 이후 헴프 소재를 활용한 물티슈와 치약 등 생활용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엔지엔은 보다 직접적인 소비재 시장에서 헴프를 활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대마종자유 1000’을 통해 캐나다산 압착대마종자유를 캡슐 형태로 제품화했다. 회사는 냉압착과 마이크로필터링 공법을 적용하고, 원료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대마종자유를 매일 간편하게 섭취하는 식물성 오일 제품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누가 헴프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인가?
국내 헴프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대마’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인식도 남아 있고, CBD를 둘러싼 규제 역시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헴프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같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는 경북 안동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등을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의 실증사업을 추진해 왔고, 헴프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는 당장 일반 소비재 시장의 규제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헴프를 단순한 금지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관리 아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가진 소재로 바라보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직접판매업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언제 규제가 풀릴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규제가 유지되는 동안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미 일부 기업은 헴프씨드 오일을 활용한 건강식품을 내놓고 있고, 헴프 섬유를 의류와 생활용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헴프 원료를 헬스·뷰티 제품의 차별화 소재로 활용하면서 해외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서로 다른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방향은 하나다. 규제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헴프의 범위를 찾고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원료의 안전성과 품질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고, 소비자에게 헴프와 CBD의 차이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원료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효능을 기대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
직접판매업계에는 오히려 이 과정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직접판매의 강점은 새로운 제품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시장을 만들어 가는 데 있다. 생소한 원료일수록 정확한 정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직접판매 채널의 역할은 커질 수 있다.
헴프가 국내 직접판매업계의 차세대 성장 원료가 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이 이미 식품과 뷰티를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제품과 실증사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글로벌 시장이 ‘헴프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면 국내 직접판매업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작정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규제 안에서 경쟁력을 만들고 규제가 다른 해외 시장에서는 별도의 전략으로 확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헴프 시장의 기회는 규제가 사라지는 날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미 시작된 시장에서 규제와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이해하는 기업이 누구보다 먼저 기회를 잡는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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