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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 내부고발 문턱 낮춘다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13 15:16:27
  • 수정 시간 : 2026-08-13 15: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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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조사 넘어 ‘내부 증거’로 잡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다단계판매업체의 법 위반행위에 관여한 임직원도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관련 사실을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1,000만 원으로 제한된 무등록 등 불법 피라미드 신고포상금의 지급 한도도 폐지된다.

공정위는 8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의견 제출 기간은 오는 9월 14일까지다.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되며, 시행령이 공포되면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신고포상금 액수 자체보다 법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하거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임직원에게 신고 자격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현행 시행령은 방문판매법 위반행위를 신고하거나 제보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를 최초로 제출한 사람을 포상금 지급 대상자로 정하고 있다. 다만 법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자의 임직원 중 위반행위에 관여한 사람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

개정안은 이 단서에서 ‘사업자의 임직원으로서 해당 위반행위에 관여한 사람’을 삭제한다. 이에 따라 위반행위를 한 사업자 자체는 계속 포상금을 받을 수 없지만, 위반 과정에 가담했던 임직원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신고할 경우 포상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가담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한 이유
공정위가 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에게까지 포상금 지급의 문을 열려는 배경에는 다단계판매와 사행적 판매조직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가 있다.

다단계판매 관련 위반행위는 일반적인 소비자거래와 달리 조직 내부에서 은밀하게 결정되고 실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목상 상품 판매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판매원 모집과 금전 납입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거나, 기존 법인을 폐업한 뒤 다른 법인과 사업 명칭을 이용해 동일한 영업을 계속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사업설명회에서는 높은 수익을 강조하면서도 공식 홈페이지나 계약서에는 관련 표현을 남기지 않거나, 메신저 단체방과 비공개 교육장에서만 구체적인 보상구조와 모집 방식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외부 신고자가 사업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거나 회사 차원의 지시를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회사의 임직원은 내부 회의자료와 전산자료, 수당 산정표, 조직도, 교육자료, 자금 흐름, 판매원 모집 지침 등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의심스러운 사업설명회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이 운영됐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

공정위 역시 개정 이유서에서 “정부가 기업의 모든 법 위반행위를 일일이 감시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의 적극적인 내부 신고를 유도해 민간의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위반행위에 참여한 사람이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정안은 포상금 지급 자격에 관한 규정으로, 신고자의 형사·행정상 책임 감면이나 면책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위반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별도의 법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위의 일반 신고포상금 제도에서도 신고자의 법 위반 가담 여부와 조사 협조 수준 등을 고려해 포상금을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 개정된 공정위 포상금 고시는 신고자가 법 위반행위에 가담했거나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지급액의 30% 범위에서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1,000만 원 상한 폐지…대형 사건 신고 유인 높인다
두 번째 변화는 신고포상금 지급 한도의 폐지다.

현행 방문판매법 시행령 제51조 제4항은 공정위가 1,000만 원의 한도에서 포상금 지급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포상금의 지급 및 반환 기준과 절차·방법 등 세부사항을 공정위 고시로 정하도록 했다.

현재 방문판매법상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은 크게 ▲미등록 다단계판매·후원방문판매 영업 ▲사행적 판매원 확장행위로 제한된다. 방문판매법 위반행위 전부가 신고포상금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산정기준에서는 방문판매법 위반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되면 과징금의 10%를 지급기본액으로 산정하지만 최종 포상금은 1,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문제는 대규모 미등록 다단계판매나 사행적 판매조직의 경우 내부 신고자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에 비해 1,000만 원이라는 포상금이 충분한 신고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이 내부 자료를 제출하면 회사와의 고용관계가 사실상 종료되거나 민·형사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업계가 좁은 직접판매 시장의 특성상 향후 이직과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 자금이 움직이는 불법 조직을 신고하더라도 포상금이 1,000만 원으로 제한된다면 위험과 보상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다른 소관 법률의 신고포상금 상한을 폐지하고, 과징금의 최대 10%를 지급할 수 있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당시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별도로 상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는 그 후속 조치다.


등록업체도 내부통제 강화 불가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가담 임직원의 신고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은 외부 소비자 신고만으로는 폐쇄적인 판매조직의 위법성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미등록 조직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등록한 다단계판매업체도 임직원과 판매원에게 위법한 지시를 내리거나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우회 영업을 할 경우 내부 자료가 언제든 규제기관에 제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회사가 공식적으로는 법 준수를 강조하면서 현장에서는 매출과 판매원 확대를 위해 위법 소지가 있는 교육이나 프로모션을 묵인하는 방식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경영진의 구두지시, 비공개 보상안, 별도 수당 지급, 판매원 명의 분산, 차명계정 운영 등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던 행위가 내부 신고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회사 차원의 대응도 단순히 임직원의 자료 접근을 제한하거나 비밀유지약정을 강화하는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내부 신고채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며, 준법감시 담당자가 영업부서와 경영진의 지시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공유된 자료와 지시가 더 이상 조직 안에만 머문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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