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고발…의도는 좋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방문판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단계판매업체 내부고발의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했다. 위법행위에 가담한 임직원도 신고포상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고, 무등록 다단계판매 등의 신고포상금 상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폐쇄적인 조직에서 내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불법 피라미드와 변종 조직을 적발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할수록 좋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규모가 대폭 상향되면서 국내에서 자생하는 코인 등을 활용한 금융 피라미드 조직의 활동은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의 목적이 돈인 이상 해당 조직에서 받는 급여보다 더 큰 경제적 혜택이 주어진다면 조직원들은 언제든지 더 큰 이익을 좇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번 조치로 인해 중하위권 등록업체들의 활동이 위축될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업체들에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법률적 이슈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여력에 있어서 현저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특히 후원수당 지급률과 관련해서는 중하위권 업체들은 살얼음판을 걷듯이 35%에 최대한 가깝게 지급하거나, 조금 높게 지급하는 경향이 있다. 취급 제품이 대형 업체들의 그것과 거의 유사한 그저 그런 건강식품과 화장품이다 보니 이들이 쓸 수 있는 무기라고는 후원수당이나 또 다른 명목으로 경제적 혜택을 부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금 한도가 없어진다는 것은 일부 업체에는 거의 치명적일 수 있다.
과거 위나라이트라는 회사는 후원수당 과지급으로 인해 무려 32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과징금의 최고 10%까지 포상금을 지급할 경우 3억 2,000만 원에 달한다. 과연 임직원들 중 포상금을 택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후원수당을 빼돌리고 주지 않은 회사는 건재하고, 한 푼이라도 더 지급한 회사는 처벌대상이 돼 온데다, 이제는 내부 고발 대상도 되는 이 불합리한 규제는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가?
또 한 가지 문제는 국내에 본사를 둔 불법 업체는 이 조치를 통해 일말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해외에 본사가 있다면 이번 조치 또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점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폰지 사기의 경우 90% 이상은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 결국 이번 조치는 90% 이상의 폰지 조직은 겨냥하지 못하고 합법적인 등록업체만 겨냥한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번 내부고발 제도 역시 실질적으로는 등록업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내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이 존재하는 곳은 대부분 등록업체다. 반면 해외 기반 조직이나 미등록 불법 피라미드는 애초에 내부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 결국 제도가 강화될수록 합법 업체는 더 많은 감시를 받지만, 제도 밖 조직은 여전히 적발이 쉽지 않은 구조가 반복될 수도 있다.
물론 불법 행위가 있다면 등록업체든 미등록업체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의 성과는 규정의 숫자가 아니라 소비자 피해 감소로 평가받아야 한다. 합법 업체의 부담만 계속 커지고 정작 불법 조직은 제도 밖에서 활개를 친다면 규제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셈이다.
합법적으로 등록한 기업을 더욱 촘촘히 관리하는 것이 소비자 보호의 최선인지, 아니면 미등록·변종 조직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정책당국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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