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안 된다고?” 표시·광고 규제의 경계
수면·적용 기술 설명 등 여전한 허위·과대광고 논란

식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목 가운데 하나가 표시·광고 규제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특징과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설명하려 했을 뿐인데, 막상 시장에 내놓고 나면 식약처나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허위·과대광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판매업계에서는 이런 불만이 더욱 크다. 판매원들이 개별적으로 제품을 소개하면서 사용한 단어 하나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위·과대광고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회사나 담당자는 없다. 질병 치료를 내세워 식품을 판매하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효능을 주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가 어느 순간부터 허위·과대광고를 막는 규제를 넘어 허용된 표현만 사용해야 하는 규제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다.
제품 설명과 규제 기준 사이 커지는 간극
최근 일반 공산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제품 홍보 문구에 ‘수면’이란 단어를 쓰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이 수면제나 수면을 유도한다거나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광고한 것도 아닌데 ‘수면’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품의 효능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실 ‘수면’이라는 단어는 수면 환경이나 취침 전 사용 등 일상적인 맥락에서도 사용되는 단어다. 그러나 제품의 명칭과 이미지, 설명 등이 결합해 소비자에게 특정 건강상 효능을 전달한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기업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신제품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흡수율이나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기술의 원리와 연구 배경을 설명했는데, 이를 두고 과대광고라는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다.
회사는 “치료 효과를 보장한 것도 아니고, 연구 사실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원이 접수되면 연구의 표현 하나하나까지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규제 현실 앞에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복잡하다. 기능성 표현이 허용되는 제품이지만, 그 표현 역시 법령과 고시가 정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원료에 관한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해당 원료의 효능을 최종 제품의 효능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품 담당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규제의 일관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A사가 유사한 원료를 사용한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할 때는 특정 표현을 사용했는데, 우리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같은 표현을 쓰자 문제가 됐다”며 규제 기준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겉으로 동일해 보이는 표현이라도 실제로는 제품의 기능성 인정 여부, 원료와 함량, 제조 방식, 표시 위치, 광고의 전후 맥락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규제기관의 판단을 “오락가락한다”고 느끼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법령이 모든 광고 문구를 사전에 하나씩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만’, ‘오인’, ‘과장’, ‘질병의 예방·치료로 인식할 우려’ 같은 개념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이다. 여기에 라이브커머스, 숏폼, SNS 등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등장하면서 판단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한국 규제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
이 문제를 단순히 식약처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의 식품 표시·광고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시키거나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사업자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재량의 폭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건강보조식품의 구조·기능 표현에 대해 일정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질병의 예방·치료를 표방하는 표현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EU 역시 건강 관련 표현을 규제하지만,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가 해당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한국을 단순히 ‘포지티브 규제’, 미국과 유럽을 ‘네거티브 규제’라고 구분하는 것보다는 사업자가 과학적 근거를 갖췄을 때 어느 수준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직접판매기업이 원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광고 자유가 아니다. 소비자가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거나 일반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광고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문제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이고 특정 기업이 사용했던 표현인데 다른 기업에는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기업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이 수면제나 수면을 유도한다거나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광고한 것도 아닌데 ‘수면’이라는 단어 자체가 제품의 효능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실 ‘수면’이라는 단어는 수면 환경이나 취침 전 사용 등 일상적인 맥락에서도 사용되는 단어다. 그러나 제품의 명칭과 이미지, 설명 등이 결합해 소비자에게 특정 건강상 효능을 전달한다고 판단되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기업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신제품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흡수율이나 생체이용률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 기술의 원리와 연구 배경을 설명했는데, 이를 두고 과대광고라는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다.
회사는 “치료 효과를 보장한 것도 아니고, 연구 사실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원이 접수되면 연구의 표현 하나하나까지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규제 현실 앞에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더 복잡하다. 기능성 표현이 허용되는 제품이지만, 그 표현 역시 법령과 고시가 정한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원료에 관한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경우에도 소비자가 해당 원료의 효능을 최종 제품의 효능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제품 담당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규제의 일관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A사가 유사한 원료를 사용한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할 때는 특정 표현을 사용했는데, 우리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같은 표현을 쓰자 문제가 됐다”며 규제 기준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겉으로 동일해 보이는 표현이라도 실제로는 제품의 기능성 인정 여부, 원료와 함량, 제조 방식, 표시 위치, 광고의 전후 맥락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규제기관의 판단을 “오락가락한다”고 느끼는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법령이 모든 광고 문구를 사전에 하나씩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만’, ‘오인’, ‘과장’, ‘질병의 예방·치료로 인식할 우려’ 같은 개념은 본질적으로 추상적이다. 여기에 라이브커머스, 숏폼, SNS 등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등장하면서 판단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한국 규제의 핵심은 예측 가능성
이 문제를 단순히 식약처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의 식품 표시·광고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시키거나 질병의 예방·치료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사업자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재량의 폭에서 차이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건강보조식품의 구조·기능 표현에 대해 일정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면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질병의 예방·치료를 표방하는 표현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EU 역시 건강 관련 표현을 규제하지만,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가 해당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한국을 단순히 ‘포지티브 규제’, 미국과 유럽을 ‘네거티브 규제’라고 구분하는 것보다는 사업자가 과학적 근거를 갖췄을 때 어느 수준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직접판매기업이 원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광고 자유가 아니다. 소비자가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거나 일반 공산품을 의료기기로 착각하게 만드는 광고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문제는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이고 특정 기업이 사용했던 표현인데 다른 기업에는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기업은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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