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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정보는 AI가, 신뢰는 사람이

  • 공병헌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20 14:59:05
  • 수정 시간 : 2026-08-20 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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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구매할 때 우리는 늘 누군가의 말을 참고해왔습니다.

화장품은 피부가 좋은 사람에게 물었고, 건강식품은 먼저 먹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전제품은 기계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인터넷이 일상이 된 뒤에는 유튜브, 블로그, 후기 게시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이제는 그 일련의 과정에 AI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예산과 취향, 원하는 기능을 입력하면 AI가 여러 제품을 찾아 비교해줍니다. 성분과 가격을 정리하고, 수많은 후기를 요약해 장단점까지 알려줍니다. 소비자가 직접 검색 결과 수십 개를 열어보던 과정이 몇 번의 질문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이미 소비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IBM과 미국소매협회가 2026년 1월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구매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제품을 조사하거나 소비자 후기를 해석하는 데 AI를 활용하는 비중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업들도 이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습니다. OpenAI는 올해 ChatGPT의 쇼핑 기능을 강화했고, 구글도 AI가 상품 탐색과 구매 과정에 관여하는 새로운 상거래 기능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는 방식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직접판매산업에는 이 변화가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직접판매가 오랫동안 강점으로 내세운 것 가운데 하나가 사람의 추천이기 때문입니다. 판매원이 직접 사용해본 제품을 주변 사람에게 소개하고, 제품의 특징과 사용법을 설명하며 구매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이러한 역할의 가치가 컸습니다.

소비자가 제품 정보를 쉽게 찾기 어려웠고,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비교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사용해본 사람의 경험과 설명 자체가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어떤 제품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판매에 힘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성분표를 읽는 일, 가격을 비교하는 일, 여러 제품의 차이를 정리하는 일, 후기 수백 건에서 공통적인 평가를 찾아내는 일은 AI가 훨씬 빠르게 처리합니다.

판매원이 제품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을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직접판매원은 무엇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신뢰입니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만을 권하고,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권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장점만 말하지 않고 단점과 주의사항도 함께 설명하는 태도입니다. 판매를 위해 효과를 부풀리지 않고, 문제가 생겼을 때 뒤로 숨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런 일은 제품 설명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AI는 어느 성분이 들어 있는지 알려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의 가격도 비교해줍니다. 소비자의 조건에 맞는 제품을 몇 가지 추려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판매 이후까지 책임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직접판매업계는 그동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강점이라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관계는 자주 연락하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친근한 말투로 제품을 권한다고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자가 믿고 다시 찾을 수 있을 만큼 정확하게 설명하고, 과장하지 않고, 판매 이후에도 책임을 다할 때 만들어집니다.

AI가 제품 설명을 잘하게 될수록 이 차이는 더 선명해집니다.

앞으로 판매원이 AI보다 더 많은 제품 정보를 외우는 데 경쟁력을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수천 개의 성분과 수많은 제품 데이터를 기억하는 일에서 사람은 AI를 이기기 어렵습니다.

대신 AI를 활용하면 됩니다.

복잡한 제품 정보를 정리하고, 소비자의 질문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경쟁제품을 비교하는 데 AI를 쓰면 됩니다. 판매원은 그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골라내고 책임 있게 설명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역할이 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예전에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무엇이 맞는지, 무엇이 과장됐는지, 나에게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보다 믿을 만한 판단을 해주는 사람의 가치가 커집니다.

직접판매산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합니다.

AI가 등장했다고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보 전달이라는 역할이 빠르게 자동화되면서 사람에게 요구되는 기준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설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확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AI는 제품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다시 찾아갈 사람까지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직접판매가 앞으로도 사람을 경쟁력으로 삼으려면 이제 그 사람의 가치를 제품 지식이 아니라 신뢰로 증명해야 합니다.

정보는 AI가 더 잘 다룰 수 있습니다. 신뢰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야 합니다.

 

공병헌 기자mknews@m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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