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말라리아 경보 발령…위험지역 50곳
<건강 생활>

올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지만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서 실제 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기 때문이다. 환자 수나 모기 개체 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전파할 수 있는 감염 매개모기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8월 13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2026년 31주차인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채집된 얼룩날개모기류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원충이 검출된 모기는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에서 채집됐다. 질병관리청은 매개모기에서 원충이 검출됐다는 것은 해당 모기에 물렸을 때 말라리아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히 모기가 늘었다는 의미의 경보가 아니라는 데 있다. 질병관리청의 말라리아 경보 체계상 채집된 매개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되면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단위의 경보가 발령된다. 다시 말해 실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매개체가 자연환경에서 확인됐다는 의미다.
환자 43% 줄었지만 ‘감염 모기’ 등장
수치만 보면 올해 말라리아 상황은 지난해보다 안정적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는 총 2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5명보다 43.4% 감소했다. 매개모기 밀도 역시 폭염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낮은 상태다.
그러나 환자 수 감소와 경보 발령은 서로 모순되는 상황이 아니다. 국내 말라리아 경보는 환자 발생 규모뿐만 아니라 매개모기 밀도와 군집사례, 매개모기에서의 원충 검출 여부 등을 종합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앞서 지난 6월 22일 매개모기 증가에 따라 전국에 말라리아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후 군집사례 발생과 매개모기 개체 수 증가 등을 이유로 파주시와 김포시, 강화군, 계양구, 양구군 등 5개 지역에 경보가 발령됐다. 여기에 이번에는 파주시와 연천군에서 채집된 매개모기에서 직접 원충이 검출되면서 전국 경보 단계로 확대됐다.
최근 5년간 매개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처음 확인된 시기를 살펴보면 2022년에는 36주차에 강원 철원군에서 확인됐고, 2023년에는 28주차 경기 파주시, 2024년에는 31주차 파주시, 2025년에는 31주차 강원 양구군에서 각각 확인됐다. 올해 역시 31주차에 확인됐지만 검출 지역은 파주시와 연천군 두 곳이었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말라리아 매개모기 조사감시사업’을 통해 얼룩날개모기의 발생과 밀도를 감시하고 원충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올해 감시는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4개 시·도의 88개 지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질병관리청과 국방부, 해당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감시기간은 모기 활동이 활발한 4월부터 10월까지다.
“군 접경지만의 질병 아냐”
말라리아를 과거 군 복무자나 접경지역 주민이 주로 주의해야 하는 질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현재 지정된 위험지역은 상당히 넓다.
질병관리청이 지정한 2026년도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은 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 50개 시·군·구다. 서울에서도 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노원구, 도봉구, 마포구, 성북구, 양천구, 영등포구, 은평구 등이 위험지역에 포함돼 있다.
경기도 역시 파주·연천과 같은 접경지역뿐만 아니라 고양, 광명, 광주, 구리, 김포, 남양주, 부천, 시흥, 안산, 의정부, 화성 등 여러 지역이 지정돼 있다. 강원에서는 고성·양구·인제·철원·춘천·화천이 위험지역이다.
특히 이번에 원충이 확인된 얼룩날개모기는 야간에 주로 흡혈활동을 한다. 얼룩날개모기는 날개에 검은색과 흰색의 반점 무늬가 있으며 휴식할 때 복부를 약 40∼50도 들어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유충은 논이나 수로, 웅덩이 등의 물 표면에서 서식하고 산란기의 암컷 모기는 주로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사이 흡혈활동을 한다.
말라리아는 원충에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에 물리면서 감염된다. 원충은 사람의 간을 거쳐 혈액으로 들어간 뒤 적혈구에 침입해 증식한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거나 감염자와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것만으로 감염되는 질병은 아니다. 다만 장기이식이나 수혈 등 특수한 경우에는 혈액을 통한 전파가 가능하다.
오한·발열 반복되면 신속한 검사 필요
국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삼일열말라리아는 증상의 특성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감염되면 먼저 오한과 두통, 구역 등이 나타나는 오한 전율기를 거쳐 피부가 따뜻하고 건조해지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는 발열기가 3∼6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이후 많은 땀을 흘리는 발한기로 이어진다. 삼일열말라리아는 이러한 발열 증상이 48시간 간격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위험지역에 거주하거나 해당 지역을 여행했거나 군 복무를 한 뒤 오한, 고열, 발한 등이 반복되고 두통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동반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말라리아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어 진단 이후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용법과 용량에 맞춰 치료제를 모두 복용해야 한다.
예방의 핵심은 결국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모기의 활동이 활발한 만큼 일몰 직후부터 일출 직전까지 야외 활동을 가능한 한 줄이고, 야간 외출 시에는 밝은색의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권고된다. 얼굴 주변을 피해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방충망을 정비하거나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폭염 등의 영향으로 매개모기 밀도가 전년보다 낮지만 폭염 이후 다시 밀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위험지역 지자체에는 매개모기 밀도를 낮추기 위한 종합방제를 강화하고, 주민과 방문객에게는 야간 활동 자제와 긴 옷 착용, 기피제 및 방충망 사용 등을 당부했다. 발열이나 오한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신속하게 검사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환자 수가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말라리아 위험 자체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의 전국 경보는 환자 증가 때문이 아니라 실제 자연환경의 매개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됐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말라리아 위험지역이 접경지역을 넘어 수도권 여러 지역까지 포함하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까지 야간 야외활동이 잦은 주민과 방문객의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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