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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재생의료, 혁신과 안전 사이 규제의 균형점은?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20 14:59:36
  • 수정 시간 : 2026-08-20 1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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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파킨슨병, 척수 손상, 희귀 근육병 등 기존 치료법만으로는 뚜렷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질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첨단재생의료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람의 세포와 조직, 유전자 등을 활용해 손상된 인체의 구조나 기능을 회복시키는 첨단재생의료는 난치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하지만 인체세포와 유전자 등을 직접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약품이나 의료기술과는 다른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세포를 어떻게 채취하고 처리하는지, 어떤 시설에서 배양하고 관리하는지에 따라 안전성과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검증되지 않은 치료가 환자에게 제공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이란?
첨단재생의료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법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흔히 ‘첨단재생바이오법’ 또는 ‘첨생법’으로 줄여 부르는 이 법은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한편, 관련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을 통해 인체의 구조나 기능을 재생하거나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의료기술을 말한다. 반면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 제조되는 의약품 영역에 해당한다. 두 분야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규제 대상과 관리 체계에는 차이가 있다.

이 법의 핵심은 크게 ‘안전관리’와 ‘지원’이라는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하려는 의료기관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하며, 연구계획과 치료계획은 정해진 심의·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체세포 등의 처리 역시 전문적인 시설과 품질관리 체계를 통해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법 개정 이후 2025년 2월 21일부터는 기존의 임상연구 중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사전에 임상연구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재생의료 기술을 대상으로 전문가 심의를 거쳐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치료제도 시행으로 환자 접근성 확대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가 시행되면서 희귀·난치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한층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과거에는 첨단재생의료가 주로 임상연구라는 틀 안에서 다뤄졌다면 이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실제 치료로 연결될 수 있게 됐다. 다만 누구나 자유롭게 첨단재생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계획에 대한 심의와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며, 위험도와 치료 대상에 따라 요구되는 관리 수준도 달라진다.

법에 따르면 재생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연구계획을 작성해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일정한 고위험 연구는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심의위원회 역시 단순히 의료진만으로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다. 의료·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뿐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나 환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첨단재생의료가 과학적 가능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환자 안전을 위한 관리도 치료 시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생의료기관은 첨단재생의료 실시와 관련된 사항과 치료 비용 등을 기록·관리하고 관련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의료기관 지정부터 세포 처리까지 관리 강화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의료기관의 역량과 인체세포의 관리다.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첨단재생의료 실시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갖춰야 한다. 또한 치료나 연구를 위한 표준작업지침서, 즉 SOP를 마련하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와의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 현행 규정에서도 재생의료기관 지정 신청 시 시설·장비·인력 기준을 충족했다는 자료와 표준작업지침서, 기관생명윤리위원회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2025년 개정된 관련 규정은 첨단재생의료 인력이 전문성과 윤리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첨단재생의료가 일반적인 의료행위보다 세포와 유전자에 대한 높은 수준의 전문지식과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인체세포를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핵심이다.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은 법에서 정한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갖춰야 하며, 세포의 채취와 처리, 검사 등의 과정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시행령 역시 세포처리업무를 위한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저위험이어도 세포 배양은 전문시설에서
최근 첨단재생의료 안전관리 강화 논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자가처리’ 범위다.

현행 제도는 원칙적으로 재생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세포처리시설에서 공급받은 인체세포 등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위험도가 낮은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나 치료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의료기관이 직접 처리한 인체세포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된 치료라고 해서 세포를 처리하는 과정까지 위험도가 낮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세포 배양은 세포의 증식과 특성 유지, 오염 방지, 품질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정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심의위원회가 배양된 자가 면역세포를 활용한 연구·치료의 위험도를 기존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다. 위험도가 낮아지면 의료기관에서 직접 세포를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은 지난 7월 14일 재생의료기관의 인체세포 등 자가처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의 자가처리를 ‘최소한의 조작’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인체세포 등을 단순히 분리하거나 세척하고 냉동·해동하는 정도의 처리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되, 세포 배양처럼 그 이상의 전문적인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위험도가 낮은 연구·치료라 하더라도 전문 세포처리시설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다.

첨단재생의료는 이제 연구실 안의 기술에서 환자의 치료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만큼 기술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안전성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중요해졌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350건 이상의 첨단재생의료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됐고, 100곳 이상의 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연구 기반도 확대돼 왔다.

새로운 치료기술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안전성에 대한 기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첨단재생의료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 속도뿐 아니라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적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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