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전통 카흐와에서 대용량 K-커피까지

  • 최민호 기자
  • 기사 입력 : 2026-08-20 14:59:40
  • 수정 시간 : 2026-08-20 15:14:27
  • x

<글로벌 헬스&뷰티 시장 분석 75> - 요르단 카페 시장

▷ 사진: 게티이미지프로
 

요르단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흔히 내어놓는 옅은 황금빛 커피가 있다. 원두를 옅게 볶아 곱게 간 뒤 상쾌하면서도 알싸한 향을 내는 향신료인 카르다몸(cardamom, 카다멈)과 함께 끓인 아랍식 커피 ‘카흐와 사다(Qahwa Sada)’다. ‘사다’는 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뜻으로,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가 달린 전통 금속 주전자 ‘달라(Dallah)’에 담아 손잡이가 없는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낸다.

카흐와 사다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환대와 존중, 공동체의 유대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가정의 손님맞이는 물론 가족 모임과 결혼식, 조문, 부족·지역사회 행사 및 정부기관의 공식 접견 자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연장자나 가장 중요한 손님에게 먼저 권하며, 커피를 따르고 받을 때에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손님이 잔을 내밀면 다시 따라 주고, 더 마시지 않겠다는 뜻으로 잔을 가볍게 흔들어 돌려주는 등 커피를 대접하고 마시는 과정에도 고유한 예절이 있다. 손님이 첫 잔을 받는 것 역시 주인의 환대를 존중하는 예의로 여겨진다. 유네스코는 2024년 기존의 ‘관대함의 상징인 아랍 커피’ 등재 범위를 요르단까지 확대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적 카페 문화에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방식과 공존하고 있다. 최근 암만에서는 원두의 산지와 추출방식을 강조하는 독립 로스터리와 스페셜티 카페, 디저트와 시그니처 음료를 결합한 대형 카페, 배달·테이크아웃 중심 매장 등 카페의 형태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카페는 친구나 가족이 대화를 나누는 사교공간을 넘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공부하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비공식 학습·업무공간으로도 기능한다. 실제 암만의 카페 안내 자료에서도 업무나 공부가 가능한 공간, 대화와 만남의 장소라는 점이 주요 선택 기준으로 소개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도 맛과 가격만이 아니라 좌석의 여유, 인터넷과 전원 이용 편의성, 금연 또는 쾌적한 실내환경, 사진 촬영에 적합한 인테리어와 전망 등 공간의 경험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운 날씨와 젊은 소비층의 취향을 반영해 아이스 라테, 콜드브루, 프라페 등 차가운 대용량 음료와 시럽·크림·디저트를 결합한 시그니처 메뉴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터키식·아랍식 커피와 서구식 에스프레소 음료가 한 매장의 메뉴판에 함께 올라가는 것도 요르단 카페시장의 특징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커피를 신속하게 판매하는 도로변 소형점과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눈에 띈다. 소규모 매장 직원이 도로 쪽에서 주문을 받고 차량에 탄 고객에게 아랍식·터키식 커피, 에스프레소, 차 등을 건네는 방식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승용차 이용 비중이 높은 암만의 도시환경에 적합하다. 주문과 수령 시간이 짧아 출퇴근길이나 이동 중 이용하기 좋으며, 단골 고객은 손짓으로 음료 종류나 설탕의 양을 전달할 만큼 비언어적 주문방식도 활용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길가 소형점뿐 아니라 현지 커피 브랜드가 운영하는 정식 드라이브스루 매장도 보인다. 알 아미드(Al Ameed)는 일부 지점에서 드라이브스루를 운영하고 있으며, 마루프(Marouf)를 비롯한 현지 브랜드도 도로변과 주요 상권에서 테이크아웃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복합 음료시장으로 확장
요르단의 카페 트렌드는 전통 아랍 커피와 서구식 에스프레소의 공존을 넘어 차, 우유, 과일, 디저트를 아우르는 복합 음료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카페들은 커피의 쓴맛을 선호하지 않는 젊은 층과 가족 단위 고객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우유와 과일을 기반으로 한 음료, 크림/펄/젤리 등 토핑형 메뉴를 늘리고 있다. 특히 SNS에서 눈에 띄는 색감, 층이 분리된 비주얼, 대형 컵과 독특한 토핑은 맛만큼이나 중요한 판매요소가 됐다. 새로운 메뉴를 사진이나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존 커피와 차 사이에 있던 말차, 버블티, 타로 등 아시아계 음료가 진입할 여지도 커졌다.

암만의 현대적 카페에서는 말차 라테, 버블티, 타로 음료, 고구마 라테, 로열 밀크티, 빙수형 냉동 디저트가 점차 눈에 띈다. 말차는 녹차 잎을 곱게 갈아 물이나 우유에 섞는 방식이어서 특유의 선명한 녹색과 쌉싸름한 맛을 내며, 우유/크림/딸기/바닐라 등을 더해 커피를 마시지 않는 고객도 접근하기 쉬운 메뉴로 변형된다. 버블티 역시 차나 우유 음료에 타피오카 펄과 젤리/크림 등의 토핑을 더해 음료와 간식을 동시에 즐기는 상품으로 받아들여진다. 치즈 위에 가느다란 반죽을 얹어 구운 뒤 시럽을 뿌리는 크나페(Knafeh), 얇은 페이스트리 사이에 견과류를 넣고 구워 시럽을 입힌 바클라바(Baklava), 치즈케이크와 티라미수 같은 익숙한 디저트가 여전히 중심이지만, 새로운 맛과 색감, 토핑을 앞세운 아시아계 메뉴는 젊은 고객 중심으로 선호가 늘어나는 추세다.


더벤티와 BADA 등 K-카페 확산
아시아계 음료가 점차 익숙해지는 가운데 K-팝, 드라마, 뷰티, 식품을 통해 한국식 맛과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메뉴와 매장 분위기, 포장 방식까지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2025년 요르단 기업 JKT Networks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2026년 1월 암만 7th Circle 인근에 중동 첫 매장을 열었다. 서울 라테, 아인슈페너, 말차 라테, 구운 고구마 라테, 고구마 크림 타로 라테, 버블티, 로열 밀크티와 붕어빵 등을 선보였으며, 현지화를 위해 개발한 11개 메뉴 가운데 7개를 우선 출시했다. 해외 매장 최초로 960㎖ 점보 사이즈를 도입해 한국식 ‘가성비·대용량’ 모델을 현지에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특색 음료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용량과 공유 경험을 통해 체감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또한 커피뿐 아니라 고구마·말차·타로·붕어빵 등 비커피 메뉴를 함께 구성해 가족·청소년·한류 관심층까지 고객 범위를 넓혔다.

올해 7월 개점한 압둔의 BADA는 커피와 말차, 한국식 스낵, 바닥에 앉는 좌식 요소를 결합한 독립형 K-카페 사례다.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표준화된 메뉴와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우기보다, 비교적 작은 공간 안에서 한국적인 소품과 분위기, 직접 고른 메뉴를 통해 ‘발견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더벤티가 한국 본사의 브랜드·레시피·교육체계와 현지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결합해 규모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BADA는 현지 창업자가 한국적 요소를 선별해 소규모 콘셉트 매장으로 구현하는 또 다른 경로를 보여준다.

두 사례는 한국 카페문화가 반드시 동일한 형태로 복제되기보다 현지 자본과 상권, 운영역량에 따라 프랜차이즈형과 독립형으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벤티의 현장 매니저는 KOTRA 암만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은 익숙한 커피 베이스와 참신한 한국식 풍미, 넉넉한 양의 조합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를 “새롭고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구마·말차 음료와 붕어빵형 페이스트리가 판매 상위 메뉴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현지에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구마는 현지에서 완전히 낯선 식재료가 아니면서도 라테나 크림 음료로 접하는 방식은 새롭고, 말차는 선명한 색과 건강한 이미지, 붕어빵은 모양과 휴대성이 관심을 끄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출처: 코트라해외시장뉴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