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이제 성장보다 선별의 시간
신규 진입 이어지지만 생산·유통은 효율화로 전환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건강기능식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있는 반면, 기존 사업자는 생산시설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매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외형 확장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신규 진입 사례는 헬스케어로봇 기업 바디프랜드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8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바디프랜드 헬스케어’를 공식 출범시키고 근력, 관절, 체지방·혈당 관리 제품을 우선 선보였다.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 160만 고객의 헬스케어 이용 데이터와 건강 관심사를 바탕으로 제품 영역을 선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향후 수면, 눈 건강, 활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마사지 프로그램과 건강기능식품을 결합한 구독형 건강관리 서비스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바디프랜드의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진입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보통 신규업체는 특정 인기 원료나 유행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하지만 바디프랜드는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고객과 데이터, 브랜드 자산을 건강기능식품과 연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제약업계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제약사들은 의약품 사업을 통해 축적한 브랜드 신뢰도와 연구개발 역량을 건강기능식품에 접목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 대원제약은 최근 수면 건강기능식품 ‘꿀잠샷’을 선보였다. 식약처 개별인정형 원료인 라임과피추출물을 핵심 소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올리브영 등 기존 건강기능식품 전문 채널이 아닌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해당 원료는 최근 글로벌 푸드테크 행사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동국제약 역시 이너뷰티 브랜드 ‘마이핏’을 통해 피부와 모발을 동시에 관리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선보였다. ‘마이핏 모발 콜라겐’은 모발과 피부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 기능성을 앞세우며 이너뷰티 시장에서의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신규 진입과 제품 확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만 보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안성 건강기능식품 공장 매각 추진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바이탈뷰티 제품 등을 생산해온 안성공장을 매각하고, 생산 물량을 오산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건기식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거점을 통합해 자산 운영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직접판매업계도 변화의 신호
이러한 변화는 직접판매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직접판매업계에서 건강기능식품은 가장 중요한 성장 카테고리였다.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구매를 유도할 수 있고, 제품의 기능성과 원료 스토리를 통해 사업자 교육과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기도 상대적으로 용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건강기능식품을 단순히 잘 팔리는 품목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존재하고 있다. 제약사, 화장품·헬스케어·식품 기업까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바디프랜드처럼 기존 고객 기반을 가진 기업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직접판매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큰 경쟁 환경을 의미한다. 소비자는 더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특정 유통채널에서만 구매하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과 H&B 스토어, 병·의원 연계 서비스, 브랜드 자체몰 등 구매 접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직접판매업계가 앞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앞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쟁력은 단순한 제품 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차별화된 기능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일상적인 건강관리 속에 제품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내느냐가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최민호 기자fmnews@f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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