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행도 가능…관건은 ‘환불 구조’
이용기간·제공시점 명확해야…여행은 취소수수료도 변수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등 실물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국내 다단계판매업계에서 최근 교육과 여행 등 무형의 서비스 상품에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제품을 직접 제조·유통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콘텐츠나 각종 이용권을 판매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다만 무형 상품이라고 해서 모두 다단계판매업에서 취급할 수 없다. 상품의 내용이나 이용방식에 따라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청약철회와 환불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인지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환불 방식·기간 명확해야
무형 상품을 다단계판매 상품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이용기간과 환불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최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의 공제 심사를 거친 지푸코리아의 교육 상품도 이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교육 상품은 정해진 이용기간을 두고 있으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사용일수에 따라 금액을 차감한 뒤 잔여기간에 대해 비례 환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온라인 교육처럼 이용과 동시에 가치가 일부 소진되는 상품은 실물상품처럼 그대로 반환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중도에 계약을 종료했을 때 이미 이용한 부분과 남은 부분을 어떻게 나눠 환불할 것인지가 사전에 명확해야 한다.
상품 내용도 중요하다. 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모든 콘텐츠가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은 주식이나 토큰, 트레이딩 등 투자와 관련한 교육은 리딩방과 유사한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도 앤알커뮤니케이션의 화상 교육 플랫폼 ‘엔보임’을 월 단위로 판매하는 선례가 있다. 교육처럼 서비스 제공기간과 환불 기준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상품은 무형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제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여행은 ‘3개월’보다 환불 구조가 문제
여행 상품은 교육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이 다단계판매업자에게 재화나 용역을 구입한 경우 원칙적으로 계약 체결일부터 3개월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실제 걸림돌로 꼽는 것은 3개월이라는 기간 자체보다 여행업계의 취소·환불 기준과 방문판매법상 환급 기준 사이의 차이다.
방문판매법 시행령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원이 상품 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 2개월 이내에 반환하면 대금의 5%, 2개월이 지난 후 3개월 이내에는 7% 이내에서 비용을 공제할 수 있다.
반면 여행 상품은 출발일이 가까워질수록 여행사나 공급업체가 적용하는 취소수수료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여행사로부터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보다 다단계판매업체가 판매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이 많아지면 그 차액을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여행업계의 환불 기준과 방문판매법에서 공제할 수 있는 부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업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행 상품을 다단계판매업체가 직접 공급하지 않고 여행사에서 위탁받거나 중개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다단계업체가 방문판매법에 맞는 환불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실제 상품을 공급하는 여행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발생한 차액을 온전히 다단계업체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행 상품을 공제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양 조합 모두 구체적인 상품의 운영방식과 계약 구조, 제공기간, 환불 조건 등을 바탕으로 개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과거 여행 시기가 정해져 있고 청약철회에 대응할 수 있는 단기 여행 상품을 취급한 사례도 있다.
선불식 할부거래 여부도 따져야
특히 멤버십 여행 플랫폼은 계약 구조에 따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소비자가 2개월 이상의 기간에 걸쳐 두 차례 이상 대금을 나눠 지급하고, 여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정한 형태의 계약을 ‘선불식 할부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불식 할부거래에 해당할 경우 청약철회 역시 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다. 방문판매법 제4조 제4항에 따르면 선불식 할부거래 및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해 방문판매법 제8조, 제9조, 제17조, 제18조, 제37조 등을 적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신 할부거래법에 따른 소비자보호 규정을 적용받는다.
선불식 할부거래에 해당한다고 해서 해당 상품을 다른 법률에 따라 다단계판매업으로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할부거래법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방문판매법상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선불식 할부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대리·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여행 서비스의 ‘제공 시기가 확정된 경우’에는 선불식 할부계약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같은 여행 상품이라도 출발일 등 서비스 제공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진 상품과 돈을 장기간 적립하다 향후 원하는 시점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품은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무형 상품을 준비하는 업체라면 상품의 종류보다 먼저 판매 구조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제공 시점과 이용기간, 대금 납부 방식, 중도 해지에 따른 환불 기준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고, 공제계약 가능 여부 역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앞으로 상품군을 넓히기 위해 교육과 여행 등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관건은 방문판매법이 보장하는 청약철회와 환급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상품을 얼마나 명확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 저작권자 ⓒ 한국마케팅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TOP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