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처음이 어렵다
‘첫’이라는 단어에는 유독 많은 두려움이 따라붙는다.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스카이다이빙이 있다. 처음 비행기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에 공포에 떨며 뛰지도 못한다. 이윽고 하늘에서 떨어지면 공포와 무서움이 뇌를 지배해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고, 심하면 기절까지 하면서 내려온다.
하지만 이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다면, 한 번 더 할 수도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비행기에서 점프할 때 이전보다 공포심을 덜 느끼고 눈을 감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눈을 뜨고 경치를 구경한다. 이것이 처음과 그 이후의 차이다.
이만큼 처음이 어렵고 무서운 이유는 어쩌면 그 일이 정말 위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도 불안과 ‘불확실성’의 관계는 오래 연구돼 왔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앞으로 닥칠 위협이 불확실할수록 이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워지고, 이 과정에서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리학자 니컬러스 칼턴 역시 여러 연구를 통해 ‘미지에 대한 공포’를 인간의 불안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처음 타는 놀이기구가 무서운 것은 얼마나 빠른지, 어디에서 떨어지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번 타고 나면 놀이기구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높이가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다. 한 번의 경험이 생기면 두 번째부터는 적어도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지는 알게 된다.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를 생각할 수 있고, 다음에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첫 번째에는 없었던 ‘경험’이라는 기준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그 첫 번째를 지나기도 전에 포기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더 준비되면 해야지”, “상황이 좋아지면 시작해야지”, “실패하지 않을 확신이 생기면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일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부족한지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을 피하면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서 실패의 가능성만 커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해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는 일이 상상 속에서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된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확실성을, 해보지 않는 방식으로 없애려는 셈이다.
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제품군에 도전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익숙했던 사업방식을 바꾸는 일에는 언제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따른다. 특히 시장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수록 검증된 것만 반복하고 싶은 마음은 커진다.
최근 직접판매업계를 둘러싼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소비 방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도 달라졌다. 새로운 판매원의 육성부터 해외시장 진출, 기존의 제품 중심 사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발굴까지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직접판매기업에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제품 하나를 추가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판매원 교육과 조직 운영,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까지 함께 바뀌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작은 변화 하나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른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첫발을 떼기 어려운 이유다.
이럴수록 기업들은 움직이지 않는 선택을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제품을 팔고, 기존 조직을 관리하고, 익숙한 행사를 반복하면 적어도 실패할 위험은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변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할 수 있지만, 시도하지 않는 동안 시장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처음을 두려워해 현상 유지에 머무르는 것이 반드시 안전한 선택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든 성공에도 처음은 있었다. 지금은 회사의 대표 제품이 된 상품에도 첫 출시가 있었고, 수십 개 국가에서 사업하는 글로벌 기업에도 첫 해외 진출이 있었다. 수많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도 누군가에게 처음 사업을 설명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첫 번째 역시 아마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모습처럼 능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을 해본 사람과 아직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성공할지는 그다음 문제다.
두 번째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첫 번째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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