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대한민국에 AI 바이오 인프라 구축
<알아두면 쓸모있는 식약정보>

정부가 첨단바이오를 대한민국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내놓았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바이오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차세대 의료기술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와 유전자·세포치료제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등 기술개발에서 상용화, 글로벌 진출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1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를 개최하고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7대 SEED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SEED는 ‘Strategic Emerging Engines for Disruptive innovation’의 약자로,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엔진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10~20년 이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부터 첨단기술의 씨앗을 뿌리고 장기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7대 SEED는 미래 청정에너지, 차세대 프론티어, 대도약의 기반 등 3개 분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첨단바이오는 양자, 우주, 항공과 함께 차세대 프론티어 분야에 포함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정부의 첨단바이오 혁신 전략과 과감한 인프라 투자 계획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협회는 이번 정책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 특히 AI 바이오 인프라 구축과 민관 협력 확대가 국내 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 및 사업화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AI·로봇으로 바뀌는 바이오 연구개발 방식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AI를 활용한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암 조직의 변화를 예측하는 ‘암 특화 AI 모델’, AI와 로봇이 연구 과정을 수행하는 ‘자율실험실’, 생명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는 ‘바이오파운드리’ 등 AI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확보하고 바이오플라스틱과 항공유 등 바이오 기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바이오 연구개발은 연구자가 실험 조건을 설정하고 실험을 반복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반면 자율실험실이 구축되면 AI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음 실험 조건을 제안하며, 로봇이 실제 실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연구 과정의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바이오파운드리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 설계와 생산 과정을 표준화·자동화해 연구와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프라로, 향후 바이오산업의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정부가 이러한 인프라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이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신약개발처럼 수많은 후보물질 가운데 가능성 높은 물질을 찾아내야 하는 분야에서는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탐색 및 실험 자동화가 연구 효율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으로 산업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역시 7대 SEED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학과 출연연, 기업의 역할을 분담하고 기업과 정부가 함께 성장하는 ‘투자형 R&D’를 도입할 계획이다.
BCI 상용화부터 유전자·세포치료제 글로벌 진출까지
첨단바이오 전략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차세대 의료기술의 상용화다.
정부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인 BCI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해 2035년까지 BCI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BCI는 뇌의 신호를 컴퓨터나 기계가 해석해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정부는 뇌-컴퓨터 통역 AI 등을 개발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입력하거나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BCI 제품의 상용화를 추진한다.
BCI는 아직 상용화 과정에서 기술적·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의료와 헬스케어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신체 기능을 보완하거나 장애인의 의사소통과 기기 조작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시장의 성장 여부도 주목된다.
유전자·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연구개발 자체뿐만 아니라 사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정부는 민·관이 공동 투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출범시켜 2031년까지 글로벌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 등의 성과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바이오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사업화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특히 스타트업이 우수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임상과 생산, 해외 인허가, 글로벌 사업개발 등에 필요한 자본과 경험이 부족하면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정부가 민간 자본과 함께 SPC를 구성하고 기술이전과 M&A까지 지원한다면 유망 기술의 사업화와 글로벌 진출을 촉진하는 새로운 투자 통로가 마련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역시 이러한 민·관 공동투자 방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며, 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대기업 및 투자업계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술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진입
이번 첨단바이오 전략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사업화’다. 정부는 7대 SEED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프로젝트별 세부 로드맵과 추진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와 신기술의 신속한 사업화를 가로막는 법령과 규제 등 제도적 장애물을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첨단바이오 기술은 연구실에서 기술적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 산업화가 완료되지 않는다. 신약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의료기기 역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 유전자·세포치료제는 임상과 허가뿐 아니라 생산시설, 품질관리, 해외 인허가 및 시장 진입 전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바이오협회 역시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혁신적인 첨단바이오 기술이 시장에 적기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세제 혜택 등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첨단바이오 정책은 새로운 기술 몇 가지를 개발하는 데 그치는 사업이 아니다. AI와 로봇을 활용해 바이오 연구개발의 방식을 바꾸고, 차세대 의료기술과 신약·세포치료제의 사업화를 촉진하며, 국내 기술을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장기 전략이다.
정부가 뿌린 첨단바이오라는 ‘SEED’가 실제 산업의 열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현장의 규제 개선, 민간 투자 활성화, 임상·허가 지원, 글로벌 사업화 역량 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향후 10년간 정부와 산업계가 이 기술의 씨앗을 어떻게 키워낼지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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