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자율성의 그늘 무너지는 건기식 유통질서
건기식 가격질서의 균열 上

공급업체가 판매가격을 정하고 거래처에 이를 강제하는 행위는 분명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 독립된 사업자인 판매처가 시장 상황과 자신의 영업전략에 따라 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이견은 없다.
하지만 가격 통제를 없앤다고 해서 시장의 가격질서까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판매처의 과도한 할인판매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동일 제품이 유통 채널마다 큰 가격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판매망 전체가 최저가 경쟁에 휘말릴 수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네이처스팜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사건은 바로 이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격 통제가 사라지자 시장 가격 요동
공정위에 따르면 네이처스팜은 2017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자사 건강기능식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설정하고 거래 약국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했다.
할인판매와 온라인 판매, SNS 판매, 사은품 증정 등을 ‘비정상판매’로 규정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경고나 거래정지 등의 불이익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2018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최소 75개 약국이 이 같은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할인 판매되는 제품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기도 했다. 바코드나 RFID 등을 통해 제품을 공급한 약국을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약국은 독립된 사업자로서 자신의 영업전략과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공급업체가 판매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은 유통단계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네이처스팜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제재한 것은 결국 약국의 가격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공급업체의 가격 통제가 사라지자 시장에서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네이처스팜의 주요 제품 판매가는 동일 제품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타난다.
최근 ‘마이타민업 60포’는 한 오픈마켓에서 10만 3,000원, 쿠폰 적용 시 10만 원 수준으로 판매됐고,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8만 9,900원에 판매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리퀴드씨엠키즈 60포’ 역시 판매처에 따라 7만 원대 후반부터 10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 차이가 나타났다.
물론 이 같은 가격 차이만으로 특정 판매자가 부당하게 가격을 낮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판매처별 재고 상황과 프로모션, 쿠폰, 배송 조건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온라인 할인판매 자체가 곧바로 위법하거나 비정상 유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동일 제품의 가격이 온라인에서 판매처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건강기능식품 유통시장이 안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의 기대효과로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가격경쟁이 곧바로 건강한 시장경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유통경로와 보관 상태, 판매자의 책임은 확인되지 않은 채 가격만 낮아지는 경쟁이 반복된다면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와 유통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가격은 자율적으로 유통은 투명하게
네이처스팜 제품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공급업체가 거래처의 판매가격을 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통질서를 관리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가격질서를 모두 시장에 맡기고 방치할 수는 없다.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온라인 쇼핑몰, 약국과 대리점, 다단계판매, 방문판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공정위 자료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한 다양한 유통채널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구성하고 있으며, 온라인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유통채널이 복잡해질수록 제품이 정식 판매망을 벗어나 다른 경로로 재판매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공급업체가 판매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유통질서를 유지하려 했다면, 앞으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가격은 독립된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제품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떤 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 정식 유통망을 벗어난 제품의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안전과 판매 책임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처스팜 사태는 이미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에서는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다. 회원 판매자가 정식 판매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소비자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구조 속에서, 동일 제품이 온라인이나 중고거래 시장으로 흘러나가 저가에 재판매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네이처스팜 사건과 네트워크 마케팅업계의 온라인 재판매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서로 다른 사안이다. 하나는 공급업체가 판매가격을 통제한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정식 유통망을 벗어난 제품이 온라인에서 재판매되며 가격질서를 흔드는 문제다.
그리고 그 유통질서의 가장 큰 시험대는 이미 네트워크 마케팅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품이 정식 판매망을 벗어나 온라인과 중고거래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가격 경쟁이 정식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업계는 오랫동안 해법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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